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 전시된 유영국 화백의 1967년작 ‘Work’.  /국제갤러리 제공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 전시된 유영국 화백의 1967년작 ‘Work’. /국제갤러리 제공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축제 비엔날레의 열기를 잡아라.’

지난 1일 목포국제수묵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창원조각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 현대미술축제가 잇달아 개막하면서 ‘비엔날레 효과’에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술계는 축제 기간에 미술 열기가 고조되는 기회를 활용해 다채로운 기획전을 마련했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은 근대 한국화가 변관식과 이상범을 비롯해 추상화가 윤형근과 이성자·유영국, 행위미술가 이건용, 페미니즘 아트의 대모 윤석남, 서양화가 황주리, 미국 미니멀아트의 선구자 댄 프래빈 등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전을 열고 있다. 미술 평론가 정준모 씨는 “비엔날레가 흥행하면 자연스레 미술품 판매와 관람객이 늘기 때문에 화랑들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랑업계 ‘비엔날레 특수’ 공략

국내 최대 화랑 갤러리 현대는 한국 전위미술 1세대 작가인 이강소를 초대해 한국 행위미술의 본질을 재조명하고 있다. 구관(현대화랑)에는 2009년 작고한 이성자 화백이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사이에 제작한 수작 40여 점을 걸어 작가의 치열한 삶과 예술을 내보인다.

"비엔날레 열기 잡아라"… 화랑, 판매마케팅 열전
국제갤러리는 ‘산의 화가’ 유영국 화백을 선택했다. 현대 추상미술 유파 가운데 추상표현주의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유 화백의 작품 세계를 국내외 애호가들에게 보여준다는 전략이다.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나 그린 초기작부터 1964년 첫 개인전 이후 원숙함을 드러낸 시기에 완성한 작품까지 24점을 출품했다. 산을 모티프로 삼아 강렬한 색상을 택하고 과감한 화면 분할을 시도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노화랑은 근대 한국화의 거목 변관식과 이상범의 수묵화 20여 점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를 보여주고, 학고재갤러리는 한국 페미니즘미술의 대표 작가 윤석남을 초대해 현대 여성의 보편적 정서를 조명한다. 리안갤러리는 사진전 ‘현실 그 너머’를 마련하고 미국의 신디 셔먼을 비롯해 프랑스 로만 오팔카, 독일 토마스 스투르스 등 해외 유명 작가 작품 20여 점을 걸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제2의 백남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순기 작가의 개인전을 열고, 가나아트 부산(황주리), 선화랑(전뢰진), PKM갤러리(댄 플라빈), 이화익갤러리(이기영), 더페이지갤러리(이건용) 등도 유명 작가를 선별해 작품 판매에 나섰다.

◆미술관들, 관람객 유치에 주력

상업화랑들이 작품 판매에 주안점을 뒀다면 미술관들은 관람료 수익을 겨냥한 다양한 기획전을 펼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단색화가 ‘윤형근’전(서울관)과 건축가 김중업의 생애와 작품을 조명하는 특별전 ‘김중업 다이얼로그’전(과천관)을 열고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30년 넘게 ‘경계’에 천착해 온 벨기에 출신 멕시코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를 초대했다. 알리스는 1986년 지진 구호활동을 위해 멕시코시티로 갔다가 아예 그곳을 근거지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11월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문제를 비꼰 작품, 쿠바 아바나와 미국 키웨스트 어민들이 배로 다리를 만드는 광경을 연출한 작품, 파나마운하를 소재로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의 분할을 이야기하는 영상 등이 나와 있다.

성곡미술관은 설치미술가 천경우 씨가 지난 15년 동안 국내외 10여 개국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를 선별해 기획한 ‘모르는 평범함’을 열고 설치·영상·사진·아카이브 등 23점을 소개한다. 대림미술관(코코 카피탄), 아뜰리에 에르메스(오민)도 이색적인 전시회로 관람객 유치전에 가세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에만 10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술 바닥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애호가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