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00대도 못 팔던 자동차를 10년 만에 125만 대를 판 포드,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으로 우뚝 선 애플, 성장이 정체된 가구시장에서 매년 14%씩 성장하는 이케아의 성공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 기업들은 시장에서 최상의 위치를 차지하는 비즈니스의 ‘스타’들이다. 이들은 스타가 될 잠재성이 있는 사업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한 ‘단순화 전략’을 실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80/20 법칙》의 저자인 리처드 코치와 벤처투자회사 피톤캐피털 창립자인 그레그 록우드는 《무조건 심플》에서 지난 100여 년 동안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비결을 분석한다. 이들은 단순화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 혁신과 사업 혁신의 핵심 열쇠라고 말한다. 헨리 포드는 세계 최초 대량생산 자동차인 ‘모델 T’의 특징으로 단순함을 꼽았다. 자동차는 운전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심플하고 만들기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만드는 자신의 접근법을 ‘극도의 심플’이라고 표현했다. 이 책은 맥도날드, 혼다, 소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 등 12개 기업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책마을] 가격, 상품… 둘 중 하나는 '극도의 단순함'으로 승부하라
성공한 기업들이 실천한 단순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가격 단순화’다.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절반이나 그 이하로 인하하는 것이다.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면 수요는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배, 100배, 1000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패스트푸드 시장을 개척한 맥도날드는 햄버거 생산에 조립라인을 도입해 생산비를 낮췄다. 메뉴를 단순화해 일관성 있는 품질을 유지했고 웨이터와 팁을 없앴다. 맥도날드의 기업 가치는 1961년 이후 3만4627배 증가했다.

가격 단순화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미국 증권사인 찰스슈와브앤드컴퍼니가 있다. 1973년 이 회사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80%나 인하했다. 1982년에는 연중무휴로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주문을 받는 최초의 증권사가 됐다. 상담하는 중개인과 자문을 없애고 중개과정을 자동화해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후발주자였던 찰스슈와브앤드컴퍼니는 1조65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거대 증권사로 성장했다.

단순화의 두 번째 전략은 ‘상품 단순화’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실용적이고 보기 좋을 뿐 아니라 훨씬 더 사용하기 쉽게 해 가치를 크게 증대시키는 것이다. 애플 아이패드, 구글 검색 엔진, 우버 택시 등이 상품 단순화의 사례다.

BCG는 최고급 컨설팅을 근본적으로 단순화해 핵심만 추려낸 지적 능력을 팔았다. 1963년 BCG가 설립되기 전까지 컨설팅 기업의 컨설턴트는 대개 반백이 다 된 베테랑이었다. 그들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제공했다. 반면 BCG는 젊음과 두뇌로 무장한 신참 경영학 석사(MBA) 출신 컨설턴트로 꾸려 어떤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보편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BCG는 컨설팅이라는 ‘상품’뿐 아니라 그 과정을 모두 단순화했다. 이들의 컨설팅은 심플한 내용으로 구성돼 신입 컨설턴트에게 전수하기가 쉬웠다. 게다가 신입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인력이었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 높았다.

스웨덴의 음료 용기회사 테트라팩은 1951년에 루벤 라우싱이 설립한 기업이다. 그의 모토는 “용기는 비용을 들일 대상이 아니라 아끼게 해주는 원천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발명한 우유를 담는 사면체 종이팩은 공장에서 용기에 채워 포장하고 수송하고 슈퍼마켓 판매대에 놓는 일을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1963년 출시한 직사각형 무균성 포장재 ‘테트라브릭’은 유제품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게 해 ‘20세기 식품 포장의 가장 중요한 혁신’으로 불렸다. 2013년 테트라팩은 1800억 개의 테트라브릭을 만들었다. 극도로 간편한 포장용기 하나에 집중한 테트라팩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수익을 많이 내는 식품 포장 기업이 됐다.

저자는 가격 단순화와 상품 단순화의 전략은 크게 다르므로 둘 중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격 단순화는 ‘대중’ 시장을 창출해 매출의 큰 증대라는 이득을 노린다. 상품 단순화는 고급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제품을 소비자의 애용품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디자인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쓰기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