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니 정상, 의장대 사열…문 대통령 의중 반영
"향후 국가 공식 행사에 궁궐 활용해야"
대통령 주최 국빈 환영식 처음 열린 창덕궁
10일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환영식이 열린 창덕궁(昌德宮)은 조선 궁궐 중 유일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한국을 찾은 국빈이 창덕궁을 비공식적으로 둘러본 적은 있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이 주최하는 공식 국빈 환영식이 개최되기는 이번이 해방 이후 처음이다.

창덕궁 환영식은 국무회의에서 문화재 안내판 개선을 지시하고 방미 일정 중에 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을 찾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덕궁에서는 앞서 1957년 9월 국빈 환영 행사가 열렸으나,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장이 외국 대통령을 맞았다.

당시 이기붕 국회의장은 응오딘지엠 베트남공화국(남베트남) 대통령을 위한 환영 연회를 창덕궁에서 열었다.

응오딘지엠 대통령은 창덕궁에서 국회의원과 사회 주요 인사를 소개받고, 전통 공연을 감상했다.
대통령 주최 국빈 환영식 처음 열린 창덕궁
창덕궁은 태종 5년(1405) 경복궁 동쪽에 이궁(離宮)으로 지은 궁궐로, 창경궁과 함께 '동궐'(東闕)로 불렸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소실된 뒤 광해군이 창덕궁을 재건하면서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전까지 조선 법궁(法宮)으로 사용됐다.

주요 문과 전각을 일렬로 배치하고 건물 배치가 좌우 대칭 구조를 띠는 경복궁과 달리 창덕궁은 북한산 응봉 자락을 따라 건물을 지어 비정형적 조형미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후원은 각종 수목과 정자, 연못, 괴석이 어우러져 조경미가 뛰어난 한국 정원의 전형으로 거론된다.

이날 양국 정상은 창덕궁 정전(正殿)인 국보 제225호 인정전(仁政殿)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국립국악원이 펼친 궁중무용을 감상한 뒤 전각 내부를 감상했다.

인정전은 국왕 즉위식, 신하 하례, 외국사신 접견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식을 치르던 건물이다.

창덕궁 창건 시에 건립됐으나, 광해군 2년(1610) 재건됐다가 화재로 사라져 순조 3년(1803)에 복원했다.

겉보기에는 2층 건물이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층 구분이 없어 천장이 매우 높다.

순종이 1907년 대한제국 황제에 취임한 뒤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인정전 내부를 서양식으로 수리해 전등과 커튼, 유리창이 남았다.
대통령 주최 국빈 환영식 처음 열린 창덕궁
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이 인정전에서 카트로 이동해 환담한 영화당(暎花堂)은 후원 입구 부용지에 마련된 정자다.

부용지는 둥근 섬이 있는 네모난 연못으로, 정조 1년(1776)에 지은 2층 건물인 주합루가 옆에 있다.

왕이 입회하는 과거시험이 개최되기도 한 영화당은 동쪽에 춘당대 마당, 서쪽에 부용지를 마주하며 앞뒤에 툇마루를 둔 특이한 건물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창덕궁을 비롯한 조선 궁궐 활용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충했다.

하지만 궁궐은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임에도 그동안 공식적인 국빈 행사는 경복궁을 제외하고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이번 창덕궁 환영식을 계기로 유서 깊은 건축물인 조선 궁궐을 국가적 의식을 치르는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도 이번 행사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궁궐을 국빈 환영식 장소로 활용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주최 국빈 환영식 처음 열린 창덕궁
학계 관계자는 "영국은 1837년 빅토리아 여왕 즉위 이후 국왕이 상주하는 버킹엄궁에서 국빈 환영식을 개최한다"며 "프랑스 정부도 300년 전에 준공된 엘리제궁을 대통령 관저로 쓰면서 정상회담 장소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는 보존도 중요하지만, 격식 있게 활용해 외국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며 "오늘(10일)은 창덕궁 정기 휴일인 월요일이어서 시민들도 불편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