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오른쪽)은 10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 연 기자간담회에서 “프랑크 소나타를 연주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조성진(오른쪽)은 10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 연 기자간담회에서 “프랑크 소나타를 연주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음악적으로 큰 깊이를 느끼게 해준 피아니스트는 한 손에도 꼽히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음악하고 싶은 파트너를 만났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가 ‘정경화&조성진 듀오콘서트’를 이틀 앞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24)과의 협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맞아 마련한 ‘월드 프리미어 시리즈’ 두 번째 순서다.

두 사람의 협연은 2012년 정경화 독주회 이후 6년 만이다. 평소 피아니스트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정경화는 당시 고3 학생인 조성진을 협연자로 세웠다. 조성진은 “6년 전엔 바이올린 듀오 경험이 없어 긴장했지만 지금은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a단조와 6년 전 함께 연주했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 c단조, 각자 다른 파트너와 연주했던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등이다. 모두 두 악기 비중이 대등하고 연주자의 개성을 즉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정경화는 “베토벤은 평생 내 속을 썩이고 골치 아프게 한 작곡가다. 말도 못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며 “이번 곡은 현악으로 밸런스(균형)를 맞추는 데 피아니스트가 굉장히 예민해야 하고 음악적인 센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에는 갑자기 벼락이 치는 듯한 부분이 나오는데, 성진이는 화를 내는 타입도 아니면서 그렇게 천둥 치듯 표현하는 건 처음 봤다. 타고난 천재성”이라고 칭찬했다. 조성진도 “프랑크 소나타를 6년 전부터 같이 연주하자고 졸랐는데 하게 돼 기쁘다”며 “선생님이 곡 프레임 안에서 즉흥적으로 다르게 연주할 때마다 선생님의 색깔을 흉내 내보기도 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46세다. 정경화는 “조성진은 젊지만 어리지 않다. (조성진의) 집중력, 음악에 대한 조숙함을 매번 느끼고 성격도 차분하고 겸손하다”고 치켜세웠다. 조성진은 “속 감정을 항상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풀어냈기에 음악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웬만하면 고집을 부려왔다”며 “보통은 악보와 다르게 연주하는 걸 싫어하는데 나는 반대로 악보대로 똑같이 하는 게 싫어 리사이틀(독주회)을 고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2년 협연 이후 정경화는 2015년 쇼팽 콩쿠르를 앞둔 조성진에게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 수상자) 레슨을 주선하며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정경화는 “(조성진은) 쭉 똑같이 하는 패턴 없이 곡 속에 자기 캐릭터를 담아낸다. 음악가는 어떤 조언을 듣더라도 꺾을 수 없는 자기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도 “(정경화는) 제가 고민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마다 조언을 구하면 친절하게 자신의 일처럼 신경 써주신 멘토”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