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최근 열린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제작발표회 중 1막 극장지배인의 한 장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최근 열린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제작발표회 중 1막 극장지배인의 한 장면.
세기의 라이벌로 알려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음악을 동시에 들을 기회가 찾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올가을 선사하는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극장지배인/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에서다.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각각 1시간짜리 오페라인 모차르트의 ‘극장지배인’과 살리에리의 ‘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을 1막과 2막으로 나눠 제작한 오페라다. 18세기 오스트리아 황제인 요제프 2세가 개최한 오페라 경연에 기초를 두고 이번 공연을 구성했다.

1막에선 모차르트와 극장지배인이 돈을 후원하겠다는 후원자의 소개로 가수 오디션을 열지만 자신의 실력과 상관없이 소프라노들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유머러스한 극이 펼쳐진다. 2막에선 살리에리가 나흘 만에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본작가를 만나 완성된 음악에 맞는 가사를 붙여달라고 부탁하면서 ‘음악과 가사 중 무엇이 우선인가’를 두고 씨름한다. 두 작품 모두 예산이 부족해 오페라를 만들기 어렵거나, 후원자의 무리한 요구로 단기간 내 속성으로 작품을 완성해내는 일이 많았던 당시 오페라계를 풍자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극적 재미를 더하고자 경연 당사자인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직접 자신의 극 안에서 경연작품을 작곡하는 장면을 새롭게 넣었다.

이번 작품을 총기획한 장영아 연출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1984년 나온 영화 ‘아마데우스’ 이후 30년 넘게 대중은 두 사람의 관계를 ‘착한 모차르트와 악한 살리에리’로 인식하고 있지만 모차르트의 실제 문헌을 보면 그건 풍문에 불과했다”며 “두 사람의 갈등 관계를 다룬 작품이라기보다는 살리에리가 선생으로서 좋은 역할을 했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1막 모차르트 작품에선 경쟁과 갈등 상황이 2막 살리에리 작품보다 훨씬 도드라진다. 살리에리 오페라는 갈등은 있지만 중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징슈필(18세기 독일에서 유행한 악극)인 모차르트 오페라는 일반적인 오페라보다 대사가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극장지배인’ 역할을 오페라 가수가 아닌 연극배우로 지정했다. 반면 살리에리 오페라는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형식)여서 노래 위주로 흐른다. 장 연출은 “성악을 통해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캐릭터가 살아있는 연극 같은 오페라”라며 “오페라와 연극이 만났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자 성악가들에게도 대사를 많이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 단장도 “배우가 모차르트 역을 맡으면서 다른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춘다. 연극적인 요소로 극 자체를 이끌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종의 앙상블 개념으로 배우들이 등장해 곳곳에서 감초로 활약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모차르트 작품은 독일어로, 살리에리 작품은 이탈리아어로 작곡됐다. 이번 공연에서 노래는 원곡대로 하지만 대사는 우리말로 바꿨다. 한국어 대사가 전체 오페라를 하나로 엮어가는 역할을 한다.

장 연출은 “모차르트, 살리에리와 그들의 오페라 무대를 동시에 경험해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작품에 나타나는 작곡가로서의 고뇌를 통해 예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작곡가가 구성한 오페라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