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시크함'이란
행복이란 무엇일까. 출판사 와이즈베리는 ‘세계문화전문가’ 조승연이 쓴 '시크:하다'를 출간했다. 저자가 6년 간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은 프랑스인과 한국인의 행복에 대한 시각 차이를 조명한다. 프랑스에서 행복의 기준은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다.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에 매달리고 연애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결혼이나 가족이 자신을 구속한다면 ‘쿨’하게 거부한다. 저자는 삶과 죽음, 우정과 음식, 가족과 육아 등 8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두 나라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비교해 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편안함에 대한 관점의 차이다. 프랑스에서 ‘편안’은 편리가 아니다.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그들은 새롭고 빠른 것이 아니라 익숙하고 만족스러운 것을 편안함으로 느낀다. 가족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다양한 관점도 흥미롭다. 나와 너가 만난다고 해서 ‘우리’가 되는 것은 아니며 결혼과 출산, 육아를 모두 별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처럼 남녀 간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결혼과 가족 구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기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런 다양한 형태의 구성 덕에 가족해체나 저출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측면도 있다.

돈과 노동에 대한 생각의 차이도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부가 성공의 척도라면 프랑스인에게는 번 돈으로 얼마나 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그리고 레저나 스포츠, 식사 등에 그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가 기준이다. 돈을 버는 목적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의 삶의 방식이 무조건 옳은 것이라 단정지을 수 없지만 현재를 즐기는데 인색한 우리가 행복에 대한 다른 태도와 철학의 존재를 돌아보는 것도 가치있어 보인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