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릭, '시마론' 등 영향에 속도 변화…상륙지점 계속 남하
'변화무쌍' 솔릭에 춤춘 기상청 예상경로… 예보능력 '옥에 티'
제19호 태풍 솔릭이 예상보다 적은 피해만 남기고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태풍이 지나가자 기상청 예보능력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뛰어난 첨단 과학기술로도 태풍 이동 경로를 정확히 맞추는 게 쉽진 않겠지만 태풍 대비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워낙 크다 보니 조금 더 정밀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솔릭이 제주 서귀포 남남동쪽 330여㎞ 지점에 있던 22일 오전 10시께 기상청은 솔릭이 이튿날 오후 9시께 충남 서산 남남서쪽 80㎞ 해상까지 북상한 뒤 수도권을 관통해 24일 오전 9시께 강원 속초를 지나 동해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 경로를 발표했다.

이 예상 경로는 22일 오후 4시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3일 오전 예보에서는 솔릭의 상륙 예상지점이 남쪽으로 내려온다.

당시 기상청은 솔릭이 24일 오전 3시께 전북 군산 북북동쪽 20㎞ 지점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와 6시간 뒤 서울 동남쪽 90㎞ 부근을 지나고 이후 속초에서 동해로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솔릭 상륙 예상지점은 23일 오후 더 남하한다.

23일 오후 4시께 기상청은 솔릭이 5시간 뒤 목포 서남서쪽 40㎞ 부근 바다까지 이동한 뒤 24일 새벽 3시 군산 남쪽 40㎞ 지점에서 육상에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지점도 강릉으로 이전 예보 때 속초보다 남쪽으로 잡았다.

실제 솔릭은 23일 오후 11시께 목포에 상륙한다.

솔릭은 24일 오전 9시께 강릉 남서쪽 40㎞ 부근까지 이동한 뒤 오전 10시께 강릉 남서쪽 20㎞ 지점에 머물다가 동해로 이동하면서 한반도를 벗어났다.

기상청의 애초 예상과 달리 솔릭은 수도권을 직접 통과하지 않고 비껴갔다.

기상청의 솔릭 예상 경로가 계속 바뀐 이유는 무엇보다 솔릭이 워낙 '변화무쌍'했기 때문이다.

솔릭은 23일 새벽만 해도 시속 15㎞ 안팎의 속도를 유지했으나 제20호 태풍 시마론 등의 영향에 23일 정오께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린 시속 4㎞까지 속도가 떨어졌다.

이후 이동속도가 회복돼 한반도를 떠날 때쯤인 24일 오전 9시에는 시속 52㎞까지 빨라졌다.

시시각각 속도를 바꾼 솔릭의 경로를 맞추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또 안전을 위해선 언제나 충분한 대비가 필요한 만큼 결과적으론 대비를 과하게 한 것이 됐더라도 낭비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태풍 예보능력은 기상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이나 일본에 견줘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태풍이 한반도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예보능력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태풍예보 정확도를 분석해보면 두드러진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예보가 상대적으로 정확했다.

2016년과 2017년 통계를 보면 나흘 전인 96시간 전 태풍경로 예보오차는 한국이 가장 작았지만, 하루 이틀 전인 24~48시간 전 예보 오차는 일본이 제일 작았다.

작년 발생한 27개 태풍의 경로 예보오차는 24시간 기준으로 일본이 82㎞, 미국이 85㎞, 한국이 93㎞였고 96시간 기준으로는 한국이 313㎞, 미국이 322㎞, 일본이 335㎞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