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다음달 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30주년 기념공연작 뮤지컬 ‘마틸다’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다음달 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30주년 기념공연작 뮤지컬 ‘마틸다’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뮤지컬 공연에서 ‘스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팬덤이 확고한 연예계 스타를 내세우면 객석이 순식간에 가득 찬다. 그런데 공연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최근 이런 공식에서 벗어난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올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다음달 8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마틸다’가 그렇다. 이들 작품엔 스타가 없다. 오디션을 통해 발탁한 아역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항상 ‘미래’를 향해야 한다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55)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당장 일부 스타에게 의존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 배우를 키워야 신시컴퍼니, 나아가 국내 뮤지컬계 미래가 밝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정선아, 배해선, 안시하 등 뮤지컬계 주요 배우들도 신시컴퍼니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데뷔했다”며 “지난 30년간 그래왔듯 앞으로의 30년도 철저히 미래를 준비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신시컴퍼니는 극단 ‘신시’로 출발, 뮤지컬과 연극을 함께 제작하고 있다. 창단 멤버 중 한 명인 그는 1999년 대표직에 올라 2000년 첫 작품으로 ‘시카고’를 선보였다. 이후 ‘아이다’ ‘맘마미아’ 등을 성공시키며 국내 대표 제작사로 키워냈다. 최근 작품인 ‘빌리 엘리어트’는 스타 배우 없이도 큰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마틸다’
뮤지컬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리노가 되고자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마틸다’는 초능력을 지닌 천재 소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마틸다 역 오디션 경쟁률은 150 대 1에 달했다.

“아역 배우들이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수줍어했는데 확 달라졌어요. 이젠 잘하고 싶어서 욕심도 한껏 내고 자신감도 내보이고 있지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신시컴퍼니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마틸다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빌리 엘리어트’에 이어 ‘마틸다’를 선택한 건 가족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뮤지컬은 주로 젊은 여성이 보는데 미래 잠재 관객인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세대로 저변을 확대해야 합니다. 그런 작품들을 계속 성공시켜야만 정체돼 있는 뮤지컬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어요.”

그는 회사 내부에서도 젊은 직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3년여 전부터 작품을 선정하고 기획할 때 이들에게 많은 의견을 구하고 있다. 2007년 뮤지컬 ‘댄싱 섀도우’가 실패한 뒤 젊은 직원들의 생각에 더욱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저보다 일을 더 잘해요. 작품 보는 안목도 뛰어나고 트렌드를 빠르게 읽을 줄 압니다. 신시컴퍼니의 미래는 이런 차세대 직원들 덕분에 밝습니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극 극단으로 시작한 만큼 연극을 놓지 않고 꾸준히 만들고 있다. 오는 11월에도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The Play That Goes Wrong)’이란 작품을 선보인다. “상업적인 뮤지컬만으론 신시컴퍼니의 미래가 공허합니다. 연극을 잘 만들어야 뮤지컬도 스토리 중심으로 잘 제작할 수 있고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관객이 극장 문을 열고 나갈 때 이 시대의 숙제 하나 정도는 안고 나갈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