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저예산으로 시골마을 혁신한 日 공무원
일본 이시카와현 하쿠이시의 미코하라 지구는 주민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화 마을이었다. 1995년에 이미 초등학교가 폐교된 이 ‘나이든 마을’ 주민들의 1인당 연간 소득은 87만엔에 불과했다. 2005년 한 계약직 공무원이 이곳에 발령을 받았다. “책임은 누가 질 거야”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하는 공무원 조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신간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는 그가 마주한 도전과 성과를 그린 수기다. 전직 방송작가였던 저자는 변화한 마을의 모습을 시나리오로 구상했다. 그리고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 내부 회의를 없앴다. 기획서도 만들지 않았다. 예산은 60만엔뿐이었다. 저자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예산이 600만엔이라고 될 일도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가능한 것부터 일단 해보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쌀의 브랜드화’를 목표로 삼았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왕부터 미국 대통령, 교황에게까지 연락하며 발로 뛰었다. 공무원답지 않은 무모함과 엉뚱함이 책의 제목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쌀로 마을을 알린 뒤 저자는 농산물 직판장을 세우고 무농약·무비료 재배를 확산시켜 농가 소득을 올리고 젊은이들을 모이게 했다. 회의하고 보고서를 쓸 뿐 ‘아무것도 하지 않던’ 기존 공무원과 달리 그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웠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2026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도 저자의 활약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다카노 조센 지음, 김영란 옮김, 280쪽, 1만4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