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동차 발명은 '혁명'이지만 전기車는 '개선'일 뿐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모두 생산성 향상이라는 산업혁명의 본질을 내포하고 있다.

미래에도 산업은 혁명을 통해 계속해 진보하고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할 수 있을까. 오랜 기간 SK텔레콤에서 해외투자 업무를 했던 투자전문가 조현철은 《투자자가 된 인문학도》를 통해 ‘생산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자본주의 발전 양상을 풀어냈다.

저자는 동·서양 언어의 문법적 차이는 물론 우리 금속활자보다 늦었지만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어떻게 서양의 출판 혁명을 이뤄냈는지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인쇄술을 통한 활자물이 ‘링크(통신망)’ 역할을 했고 그것이 의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생산성 향상의 핵심 요소인 노동력 증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엔 전화라는 링크가 사람 간 연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3차 산업혁명에선 컴퓨터라는 새로운 무형의 개체와 이들을 연결하는 링크인 ‘인터넷’이 등장했다.

문제는 2차까지 오직 인간만이 담당했던 역할을 3차 이후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선 컴퓨터가 대체하면서 산업혁명의 양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긴 어렵다. 하지만 반도체가 아니라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해 이중성과 불확정성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 다음엔 기업 간 진검승부가 가능해진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그 속에서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혁명’과 ‘개선’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자동차의 발명은 혁명이지만 전기자동차의 발명은 개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저성장을 끝낼 거란 기대를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트럼프발(發) 무역마찰과 과잉유동성, 인플레이션 키워드가 어우러지며 세계 경제에 역대급 금융위기가 찾아올 우려가 있다는 비관적 예측도 점검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