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사소한 변화'… 그 속에 미래가 보인다
여론조사 및 전략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마크 펜의 마이크로트렌드X는 사업 기회, 사회적 흐름, 생활양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다. 여기서 마이크로트렌드는 사소해 보이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의외로 강력함 힘을 발휘하는 인간의 행동패턴을 말한다. 50개의 신종 마이크로트렌드 가운데 일부는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앞으로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트렌드가 모두 긍정적인 영향력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은 사랑과 관계, 식습관, 기술, 생활, 정치, 일과 사업 등 6개 주제로 마이크로트렌드를 분석한다. 각각의 주제에 속하는 마이크로트렌드는 간단한 명사로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3장 기술에는 신흥 중독자, 강화인간, 드론의 시대, 실직하는 어학 교사, 상호작용봇, 업데이트된 신종 러다이트 등이다. 목차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대략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추측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소한 변화'… 그 속에 미래가 보인다
우선은 개인화 추세를 들 수 있다. 플랫폼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화 서비스는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부동산, 데이트 상대, 뉴스와 정보까지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더 활성화될 것이다. 소비자에게 편리함이나 유익함을 가져다주지만 막대한 개인 정보까지 갖게 된 거대한 플랫폼기업들이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걱정은 인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이용하는 알고리즘이 인간의 감정을 이용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건강에 대한 집착은 단백질이 탄수화물을 제압하도록 만든다. 단백질 마니아가 늘고 있는데 저자는 이들을 ‘친단백질족’이라 부른다. 이 같은 추세는 목축업 종사자에게는 이익을, 반대로 농가에는 타격을 주고 있다.

뒤처지는 남성들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지금보다 훨씬 위험하던 시대에 남성들에게 큰 도움이 됐던 생활양식과 습관이 정보화 시대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남성다운 특징이 지금 이 시대에는 별반 쓸모가 없다는 주장이다. 웰빙 중독자 문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지나치게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진 나머지 채식 위주 식단으로 건강에 부담을 주는 사람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운동을 과하게 해서 이른 나이에 무릎이나 다른 신체 부위를 망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유행의 빛과 그림자를 구분하는 지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드론과 드론 경제는 아직 마이크로트렌드에 머물러 있지만 그 창조력과 파괴력은 앞으로 1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작용봇산업의 성장도 눈부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적으로 모든 사물에 나름의 인격이 생겨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은 변화지만 눈여겨봐 둬야 할 새로운 현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읽기에 괜찮은 미래 트렌드 서적이다.

공병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