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부산 영도에서 처음 발견된 등검은말벌은 부산과 영남에서 충청과 강원까지 영역을 넓혔다. 공격성이 높은 이 벌에게 사람이 쏘이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양봉장의 꿀벌을 사냥하는 해충이기도 하다. 정계준 경상대 생물학과 교수는 신간 《야생벌의 세계》에서 세계 15만 종, 국내 2000여 종의 야생 벌 중 60여 종을 엄선해 그 생태를 소개한다.

[책마을] 우리가 몰랐던 국내 야생벌의 생태계
우리가 아는 꿀벌과 말벌 외에 작물과 과일나무 등 수분(受粉)에 이용하는 호박벌과 가위벌, 다른 곤충에 기생하는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구제하는 ‘생물학적 방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맵시벌과 고치벌도 소개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다양한 야생 벌의 이용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대다수 야생 벌의 생태에 관한 기초적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야생 벌의 생태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를 가진 책이 없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등검은말벌뿐 아니라 최근 부산항과 인천항 등에 유입돼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붉은불개미도 마찬가지다. 어떤 독성과 위험성을 지녔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수식을 달아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사진과 그래픽 요소를 곁들여 연구자나 동호회 등 전문가뿐만 아니라 곤충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벌들의 독성과 방제 방법 등도 상세히 담아 방역 관련 현장에서 참고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정계준 지음, 경상대출판부, 450쪽, 2만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