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와 플루트는 높은 음역을, 호른과 바순은 베이스 역할을 합니다. 클라리넷은 딱 중간이죠. 어디서든 분위기 메이커인 제 성격과 비슷해요.”

김한  "중간 음색 뛰어난 클라리넷, 꼭 내 성격 닮았죠"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22·사진)은 오는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목관 5중주단 바이츠퀸텟 연주회를 앞두고 2일 이같이 말했다. 목관 5중주에서 클라리넷은 음색 특성상 다른 악기의 소리에 묻히기 쉽다. 그는 “클라리넷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다른 악기들 간 브리지 역할을 한다”며 “멜로디를 불 땐 매우 멜로디 악기 같고 반주를 할 땐 반주 같은 느낌을 주는 다양한 면모의 악기가 바로 클라리넷”이라고 했다.

바이츠퀸텟은 김한을 비롯해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허바우오케스트라 단원인 함경(오보에), 독일 쾰른필하모닉오케스트라 종신 수석인 조성현(플루트), 리에 코야마(바순), 리카르도 실바(호른)로 구성된 악단. 이번 공연에서 프란츠 단치의 ‘목관5중주 1번’, 힌데미트의 ‘작은 실내악곡 2번’ 등을 연주한다. 풀랑크의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6중주에선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특별 협연을 펼친다.

그는 2년 만의 내한 공연이지만 부담이 크지는 않다고 했다. 2위를 차지했던 2015년 칼 닐센 국제 실내악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함경, 조성현과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합을 맞출 정도다.

김한은 열한 살 때인 2007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하며 ‘클라리넷 신동’ 소리를 들었다. 2년 뒤에는 제2회 베이징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성인 연주자들을 제치고 최고 유망주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2016년 자크 랑슬로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기까지 7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콩쿠르에 출전하지 않았다.

공백이 약이 됐다고 했다. 김한은 “악기에만 치중해 모든 콩쿠르에 나갔다면 성격상 빨리 지쳤을 것”이라며 “음악가인 큰아버지의 추천으로 중학교 1학년 때 영국 인문계 기숙학교인 이튼 칼리지에 진학한 게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고 말도 잘 못하는 그였지만 영어를 배우기 위해 기숙학교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조바심은 없었다. 학업을 먼저 했고 연습은 힘이 남을 때 틈틈이 했다.

어깨에 힘을 뺀 덕일까. 그는 지난 5월 북유럽 최고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에 부수석으로 선발됐다. 그는 “100% 나를 보여주는 독주가 편하지만 사실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독주만 고집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추며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서로 맞춰가며 새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나 연주 결과 모두 공동의 소유물이라는 점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