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낮 기온이 39.6도로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수원,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111년 만의 최고 더위’를 기록했다. 특히 강원 홍천은 41도로 한반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온열질환자와 가축 폐사 등 인적·물적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기상청은 제트기류(고도 8~18㎞ 상공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의 약화로 대기 상층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미 유럽 중동 등 지구 중위도 지역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는 현재 고기압들이 동서 방향으로 쭉 늘어선 기압계가 형성돼 있다.
요동치는 제트기류가 '불덩이 한반도' 만들었다
한반도 전역 잇따라 역대 최고 기온 넘어서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오후 3시36분 39.6도를 나타냈다. 1994년의 38.4도를 뛰어넘는 최고 기록이다. 한반도 전역에서 이날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선 지역이 속출했다. 홍천은 가장 높은 41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경신했던 역대 최고 기록 38.2도를 2.8도 뛰어넘었다. 수원 39.3도(종전 37.4도), 춘천 39.5도(36.8도), 대전 38.8도(37.7도), 충주 39.6도(37.9도) 등도 마찬가지다. 2일 기온도 이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 같은 기록적 폭염은 한반도뿐 아니라 북반구 전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달 알제리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51도를 나타내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여름 평년 기온이 21도인 캐나다 동부에서는 최고 기온이 37도를 나타내 현재까지 89명이 숨졌다. 일본에서도 도쿄 최고 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0.8도를 나타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고 기온이 45.5도에 달해 93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폭염 해소해줄 요인이 없다

북반구 전체에 나타나고 있는 폭염은 대기 흐름이 느려진 공간에 적도 부근에서 발달한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면서 열기가 누적돼 생긴 현상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통상 7~8월 북반구엔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부는 아열대제트기류가 흐른다. 아열대제트기류는 열대와 온대 기류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강풍대를 말한다. 이 기류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면 대기 흐름이 원활해 열기가 쌓이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아열대제트기류가 중국 동북부로 올라가면서 한반도 일대 대기 흐름이 유난히 느려졌다. 한반도엔 예년보다 해수면 온도가 높은 서태평양에서 상승한 뜨거운 공기가 집중적으로 머무르고 있다. 정체된 방 안에 뜨거운 공기가 계속 들어오는 식이다. 뜨거운 공기가 계속 누적되면 고압대가 형성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이 한반도에만 나타나지 않고 미국과 유럽, 일본 동쪽 태평양, 북아프리카 지역에 발생해 잇따라 고압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흔치 않은 일종의 ‘파동현상’”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를 식혀줄 북극 한기도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태풍 때문에 북극 일대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강해진 상태다. 이 소용돌이가 강해지면 온대 기후와 한대 기후를 가르는 ‘극제트기류’가 함께 왕성해지면서 한기가 남쪽으로 내려올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부 기업 등 재난 대응 바빠져

정부는 ‘자연재난’에 대응한 긴급 조치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 발주 공사현장에서 낮 시간대 작업을 중지하라”고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2355명으로 전년 전체 온열질환자 수(1574명)를 훌쩍 넘었다. 사망자는 29명으로 전년(5명)보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에서 폐사한 가축 수는 323만2000마리, 피해 추정금액은 173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정전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정전은 91건으로 전년 같은 달(43건)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설비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코레일은 선로 가열로 인한 휘어짐이 열차 탈선이란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비상체제를 가동 중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