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역사책 들고 떠나는 '북캉스'?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역사책, 특히 조선시대 관련 역사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통 역사서도 있지만 조선의 관청과 서원, 무인과 여성 등 다양한 주제에 초점을 맞춘 신간들이어서 조선사 내에서도 독자들의 관심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조선왕조실록》(다산초당)을 시작으로《만화 병자호란》(창비),《조선 건국 잔혹사》(추수밭),《조선의 잡지》(소소의 책) 등 이달에만 10여 권의 조선사 관련 책들이 출간됐다. 정통 역사서를 표방하고 10권 시리즈의 출발을 알린 역사학자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이나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가 쓴《역사평설 병자호란》을 쉽게 풀어낸 《만화 병자호란》을 제외하면 대부분 흥미로운 주제 하나를 깊이 파고든 책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유진 Y 박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써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조선 무인의 역사, 1600~1894년》(푸른역사)이 체제 수호를 위한 완충장치 역할을 했던 조선 후기 무과의 정치적, 사회적 기능과 무인의 역할을 돌아본다면 《법과 풍속으로 본 조선 여성의 삶》(휴머니스트)은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1980년대부터 한국 여성사를 연구해온 장병인 충남대 명예교수는 당시의 혼인, 이혼, 간통을 둘러싼 사회상을 다룬다. 조선의 강고한 가부장권이 근대 이후 서구와의 키 맞추기식 비교와 상대적으로 조선의 열등한 지위를 강조하려 한 식민사관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과 장소도 주제로 삼았다. 《조선 관청 기행》(김영사)은 조선 왕조의 국가 경영 시스템을 살핀다. 조선의 행정 조직과 관직 체계를 통해 조선의 권력 지도를 그려볼 수 있다.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로 잘 알려진 역사책 전문 저술가 박영규의 신간이다.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쓴 《나의 서원 나의 유학》(사람의 무늬)은 한국 곳곳에 있는 서원과 문화재 답사기다. 성리학의 발원인 서천 문헌서원뿐 아니라 안동 도산서원, 강진 다산초당 등 여러 서원은 여름 휴가철 찾아 가볼 만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역사·문화분야 상품기획자(MD)는 “역사서들은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생기는 여름방학과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이라며 “평소 읽기 어려운 진중한 책을 독파하려는 독자들의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