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못 타는 이유는 역량 있는 작품을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다. 좋은 번역 없이는 절대 노벨문학상에 근접할 수 없다.”

지난 23일 별세한 현대문학의 거목(巨木) 최인훈 작가가 2007년 한 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11년 전의 주장이지만 아직 유효하다. 번역자의 수와 질 문제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고질적 장애물로 꼽혀왔다. 문학 번역은 통역처럼 단순히 언어 대 언어의 대치 번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작의 문학적 리듬과 뉘앙스를 완벽히 전달해야 한다. 원작 국가와 번역작 국가의 문화적 차이 또한 이해하고 번역해야 독서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또한 번역자인 데보라 스미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한국엔 양질의 번역을 기대할 만한 베테랑 번역자가 손에 꼽을 정도다. 영어권 베테랑 번역자는 데보라 스미스를 비롯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맡았던 김지영, 편혜영 소설을 번역한 러셀 김, 신경숙 작가의 《리즌》을 번역한 앤톤 허 등 10여 명 수준이다.

이들로는 앞으로 쏟아질 번역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고영일 한국문학번역원 전문위원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은 언어권당 역량 있는 번역자가 5~7명 수준일 정도로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번역자들의 열악한 처우도 문제다. 영어 번역은 A4용지 1장당 1만원 안팎의 고료를 받는다. 400쪽짜리 책 한 권을 몇 달에 걸쳐 번역해도 300만~500만원을 받는 게 고작이라 선뜻 문학 번역자의 길로 나서려는 이들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고 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다양한 언어의 번역자를 양성하는 한편 번역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