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실버택배를 보라, 상생과 성장은 동시에 가능하다
알케리아(Alqueria)는 콜롬비아의 낙농기업으로, 초고온 열처리 유제품을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1인당 연간 67L의 우유를 소비한다.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유제품 시장이다. 알케리아의 원유 공급은 주로 소규모 저소득층 농민들이 담당하고 있다. 6500곳의 독립 농가에서 생산한 우유의 99%를 받는다. 안정적 공급원인 그들에게 알케리아는 사료 배급, 우유 채취 기술과 생산비 절감, 소액 금융 관련 컨설팅을 제공한다.

알케리아는 신간 《포용적 비즈니스》에서 상생을 실천하며 실적을 키워 가는 ‘포용적 성장’의 기업 사례로 등장한다.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에서 퇴임한 후 크라우드펀딩 컨설팅업체 ASEC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취약 계층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민간 기업이 혁신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면서 상업적으로도 성장하는 모델이 ‘포용적 비즈니스’다.

저자는 사회 문제 해결과 기업의 이익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가 함께 창출될 수 있는 명확한 목표 범위 안에서 사회 문제 해결에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케리아 외에도 스페인의 무역회사, 말라위의 제분업체, 멕시코 유통기업 등 종업원·유통·소비자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포용의 사례를 만날 수 있다. CJ대한통운의 실버 택배도 포함돼 있다. 노인 빈곤 문제와 아파트 지역 배송의 어려움, 택배 인력 확보 문제를 엮어서 고안한 아이디어다.

CJ대한통운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소개된 한국 기업이다. 저자는 국내 기업 사례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국가와 지역사회 역할도 강조한다. 실버 택배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국가의 인력 교육 지원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회적 목표에 기업 예산의 일부를 할당하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넘어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포용적 비즈니스의 진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