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정교해진 탭댄스… 오소연·강동호 캐스팅 빛나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이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갈 방법은 별로 없다. 많은 변형을 가하면 원작의 아우라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다. 결국 원작의 핵심을 더욱 정교하고 풍성하게 구현해야 하는 것만이 식상함에서 벗어나 명작의 감동을 배가하는 길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사진)는 이런 공식에 따라 ‘쇼뮤지컬’이란 본질을 충실하게 구현한 무대였다.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탭댄스를 정확하고 일사불란하게 펼쳐보이며 ‘한국 초연 22주년’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도록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시골 출신 주인공 페기 소여가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코러스걸에서 뮤지컬 주역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2016년 몇몇 장면을 추가해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인 탭댄스 감동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무대에선 소여가 역할에 맞게 출중한 탭댄스 실력을 선보이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이 역을 맡은 배우 오소연은 지난해 처음 캐스팅됐다. 올해엔 더욱 농익으면서도 다부진 동작들로 갈채를 받았다. 앙상블과도 뛰어난 조화를 이루며 거대한 탭댄스 향연을 펼쳐보였다.

이 공연에서 가장 많은 탭댄스를 하는 유명 스타 빌리 로러 역을 새롭게 캐스팅한 효과도 컸다. 배우 강동호는 오소연과 함께 현란한 스텝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김석훈, 김선경, 홍지민 등은 균형 잡힌 연기를 통해 자칫 너무 들뜰 수 있는 극의 무게를 잡아줬다.

대형 거울장치를 활용한 싱크로나이즈드 댄스는 탭댄스 못지않게 쇼뮤지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소여와 앙상블이 대형 거울 아래에서 싱크로나이즈드를 하듯 누워 춤을 선보인다. 이 춤은 그동안 줄곧 외면받았던 인물들이 힘을 합쳐 모두 화려하게 피어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스토리 전개가 다소 단선적인 것은 아쉽다. 원작의 한계이긴 하지만 더욱 힘 있고 다채롭게 끌고 나갈 수 있도록 구성 등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달 19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