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어디 살아요?
[책마을] 헤밍웨이의 마드리드, 쿤데라의 프라하… 거장들에게 영감 준 도시

유럽의 유명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자를 들춰보면 꼭 이런 설명이 달린 장소가 한 번쯤은 등장한다. ‘문학 거장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작품을 쓰던 곳’ ‘유명 화가가 저녁이면 홀로 앉아 맥주를 마시던 바’. 그만큼 유명 작가들이 거닐던 거리나 즐겨 찾던 식당, 글을 쓰고 사색에 잠기던 카페는 문학 애호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신간 《작가님, 어디 살아요?》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여행칼럼 ‘풋스텝스(FOOTSTEPS)’를 엮은 책으로, 세계 문학 거장들의 발자취를 좇은 유랑기다. 기자와 편집위원, 작가 등 다양한 필진이 저마다 동경하고 애착하는 작가들의 공간을 여행한 순례의 여정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나머지 지역으로 나뉘어 구성된 이 책은 마크 트웨인이 4개월간 체류하며 스스로 톰 소여처럼 모험하던 하와이부터 제임스 볼드윈이 정착한 파리, 보르헤스가 나고 자란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세계 각지에서 작가들의 발자취를 좇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1930년대 후반 스페인 마드리드에 머물렀다. 그는 마드리드를 “가장 스페인다운 도시”라고 했고,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에 ‘세계의 수도’라는 제목을 붙였다. 저자는 헤밍웨이를 매혹시킨 마드리드의 모든 것을 체험해본다. 헤밍웨이의 단골 칵테일바와 그가 투우 경기 암표를 사곤 하던 길목, 아직도 헤밍웨이 전용 테이블이 있는 맥주바를 지난다. 저자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주인공 제이크와 브렛처럼 단골식당에 들어가 특식인 새끼 돼지 구이를 먹으며 스페인산 와인 리오하 알타 몇 병을 마셔보기도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을 가이드 삼아 그의 고향 이스탄불을 함께 돌아보는 기획도 흥미롭다. 일생의 대부분을 이스탄불에서 보낸 만큼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이스탄불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저자는 파묵과 함께 그의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돌아본다. 그가 어린 시절 매일같이 드나들던 중고책 시장, 지금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모여 살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홍등가이던 지한기르, 그의 작품에서 영감받아 지어진 ‘순수 박물관’ 등을 함께 돌아본다. 여행기를 읽다 보면 《눈》 《이스탄불》 등에서 겨울이나 회색, 슬픔을 강조하길 좋아하는 파묵과 함께 구름이 잔뜩 낀 이스탄불을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외에도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이면에 숨겨진 어둠을 드러낸 황금의 고도 프라하, 스콧 피츠제럴드가 수평선 너머 점멸하는 초록빛 등대에 넋을 빼앗기고 만 프랑스 리비에라 등 작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38군데의 ‘문학 순례’가 담겨 있다.

이들의 짧은 여행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현실에서 벗어나 여행자가 돼 저자와 함께 문학 거장들에게 영감을 준 거리를 함께 걷고 있는 것 같다. 여름 휴가지에 가져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