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좀비 영화 '부산행'에 왜 천만이 열광했나
좀비(걸어다니는 시체)로 인한 재해를 다루는 ‘좀비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비는 핵전쟁이나 거대 운석 투하 등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내면의 공포와 불안을 반영한 바이러스 형태로 나타난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순간, 공공의 복지와 질서를 유지하는 정부 기능은 마비되고 문명마저 붕괴된다. 좀비의 위협은 안팎에 있고 동료가 언제 좀비로 변할지 모르며, 나 자신도 언제 그렇게 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잘라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리더의 고뇌에 찬 결단을 비극적으로 미화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좀비는 자유지상주의자가 공동체를 부흥시킨다는 식의 신자유주의시대에 적합한 정신이다. 배제와 선별, 자르는 행위 등을 생존이란 이유로 정당화하는 모습이 픽션을 통해 전해진다. 신자유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통치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좀비사회학》은 대중문화에 확산되고 있는 좀비 현상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추적한다. 외국에서 시작된 좀비 현상은 2016년 영화 ‘부산행’에도 파급돼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았을 만큼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저자는 좀비의 변천사적 특징이 사회 현상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살펴본다. 과거 좀비는 발이 느리고 물을 무서워했지만 21세기 좀비는 발이 빠르고 더 이상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인간과 공존 가능성까지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불안정한 현대사회가 좀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