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복원 작업을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가면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봤습니다. ‘언젠가 한번 복원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10년 뒤 표면 작업을 하게 됐죠.”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겸 "누군가의 마음 되살리는 일… 유물 복원, 성급할 수 없죠"
김겸 건국대 미술대학원 회화보존학과 겸임교수는 국내에서 드문 미술품 복원 전문가다. 그는 신간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에서 복원의 가치와 의미, 복원가의 삶을 그렸다.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안젤름 키퍼, 헨리 무어, 백남준, 권진규, 이성자 등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복원했지만 이순신 동상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꼽았다. 1980년대까지 국내 청동상은 질이 좋지 않은 합금재료를 써서 거친 주물과 용접을 거쳐 페인트를 발라 만들었다. 쉬운 변색에 페인트를 덧발라 관리하는 바람에 플라스틱 조형물처럼 보였다. 2008년 그가 이순신 동상 표면 작업을 할 때는 부분적으로 색 왁스나 유화 등 안료를 더해 색을 내고 전체 톤도 올려 청동 조각 고유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보존실에서 한창 일을 배우다 외환위기 여파로 1년 만에 해고된 것이 오히려 김 교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보존복원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일본 도호쿠예술공과대, 영국 드몬포드대에서 이론과 실습으로 실력을 다졌다. 영국에서는 링컨대성당 복원팀에서 실습 과정을 거쳤다. 그는 “문화재로 지정된 성당의 복원 작업은 1년 내내 계속되지만 외벽 전체를 복원하는 데만 70년이 걸린다”며 “문화 선진국의 보존과 복원은 일회성 작업이 아니라 꾸준한 돌봄과 치료”라고 말했다. 조상에게 물려받아 후손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 것이 문화유산이기에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방화로 거의 소실된 숭례문 복원 공사와도 비교된다. 2010년 시작한 숭례문 공사는 2013년 끝났다. 김 교수는 “수백 년의 세월을 함께 숨쉬어온 유물들이 새단장을 하는 데 수십 년도 못 기다려주는가”라며 성급함을 아쉬워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겸 "누군가의 마음 되살리는 일… 유물 복원, 성급할 수 없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보존팀장으로 일하다 현재는 김겸미술품보전연구소 대표로 있는 그에게 복원가가 되고 싶어 상담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진짜 이 일이 하고 싶다면 현장에서 작업에 참여하면서 적성에 맞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복원 작업 과정이 도달하기 힘든 어떤 균형점을 향한 수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단한 작업이지만 보람은 크다. “글로 쓴 역사는 사실과 정보를 기록한 것이지만 예술작품은 과거 우리 마음의 기록”이고 “유물을 마주하는 일은 과거 누군가의 마음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