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클래식 등 장르별 전문 공연장이 근래에 많아지고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도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7년 만에 뮤지컬 자체 제작에 나섰습니다.”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본부장(56·사진)은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해 4월 영입된 김 본부장은 대표가 공석인 상태에서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를 제작사 달컴퍼니와 공동 제작해 지난달 12일부터(다음달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사랑받았지만 공연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높이기 위해 장르별 기획 공연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에 오르는 작품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세종문화회관에 오기 전엔 충무아트센터 본부장으로 일했다. 2014년엔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 작품은 뮤지컬 한류를 이끄는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일본 등에 진출했으며 지난 5월 중국에서 1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창작 뮤지컬을 되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번지 점프를 하다’도 5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첫사랑과 환생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2001년 이병헌 이은주가 나왔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서정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국내 정서에도 잘 맞아 호평받았으나 제작 여건 등 문제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창작 뮤지컬이 호평받고도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작품을 발굴해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게 세종문화회관이 공공극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해외 진출까지 도우며 함께 발전해 나갈 겁니다.”

오는 11월엔 1999년 재단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극도 자체 제작해 M씨어터에 올릴 계획이다. 신시컴퍼니와 ‘더 플레이 댓 고즈 롱(The Play That Goes Wrong)’이란 작품을 공동 제작한다.

세종문화회관 내 극장들 간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할 방침이다. 오는 10월 개관하는 350석 규모 S씨어터에서 창작극을 인큐베이팅한 다음, 좀 더 규모를 키워 600석의 M씨어터에 다시 올리는 식이다. “S씨어터에서 다양한 실험을 한 뒤 상업적 완성도를 높여 M씨어터에 올릴 겁니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동시에 세종문화회관만의 고정 레퍼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