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이미'라는 말 2 - 김승희(1952~)
일상에서 우리는 ‘이미’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이미 지나간 일, 이미 결정된 사항, 이미 떠나간 사람과 같은 말이 그렇습니다. 그 말 속에는 어떤 일을 돌이킬 수 없다는 자각에 대한 아쉬움과 쓸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이미 끝난 일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어두운 통로를 걸어가는 소슬한 시간을 지나, 우리는 다시 새로운 곳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주민현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