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 "서로 敬愛하는 마음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
인간 내면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과 섬세한 문장은 장편의 긴 호흡 속에서 더 빛났다. 슬픔과 설렘, 외로움, 그리움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낸 이 책은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게 한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등을 연이어 수상하며 한국 문단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김금희 작가(사진)의 첫 번째 장편 신간 《경애의 마음》(창비)은 인간의 마음을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마음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3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작가는 신간의 제목을 두고 “여주인공 ‘경애’의 마음이라는 의미와 공경하고 사랑하는(敬愛) 마음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 한 호프집의 화재 사건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경애와 같은 사고 현장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상수가 서로의 연결고리를 모른 채 ‘반도미싱’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며 시작된다. 주인공 상수와 경애는 흔히 얘기하는 ‘아웃사이더’로 그려진다. 상수는 아버지 덕에 낙하산으로 회사에 들어왔지만 늘 조직과 불화하고, 경애는 노조 파업 때 삭발까지 하고 동참하지만 파업 과정에서 일어난 노조원의 성희롱 문제에 항의했다가 동료와 회사로부터 모두 따돌림 당하는 인물이다.

김금희 작가 "서로 敬愛하는 마음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
김 작가는 이전 단편에서도 주로 사회 주변부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겉으로 보기에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이지만 불화의 이유는 그들 내면에 자신만의 질서가 있기 때문이에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말이죠. 제 소설은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질서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등장인물을 납득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독자가 경애와 상수를, 또 경애와 상수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것 중 하나는 상수가 몰래 운영하는 연애상담 페이지 ‘언니는 죄가 없다’다. 경애는 남자친구와의 지지부진한 연애 이야기를 이곳에 털어놓는다. 나머지는 1999년 10월 실제 있었던 동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이다. 베트남 지사에 함께 파견나간 두 사람은 친구인 ‘은총’을 이 사건으로 잃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조금씩 서로의 상처에 귀 기울이고 ‘경애(敬愛)의 마음’을 배워나가며 스스로 단단해진다.

“상수와 경애는 분투해가며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감당해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 역시 ‘나도 지금까지 잘 싸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라는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김 작가의 문체에 연신 감탄하게 된다. 특히 등장인물의 내면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 작가는 “항상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람 자체만 붙들면 그 답이 잘 나오지 않고, 인물을 둘러싼 큰 맥락을 살펴보고 나서야 실마리가 풀릴 때가 많아요. 스스로 사람의 마음을 번역하듯 문학적으로 잘 표현하고 싶다는 충동 자체도 큰 편이라 늘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