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의 뇌, 집중하지 않을 때 가장 창의적"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벌써 5회째인 이 대회의 규칙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 비가 조금씩 오면서 멍 때리기에 쉽지 않은 날씨였지만 90분 동안 주변 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멍을 때리며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여주는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우승자인 중학교 2학년 양희원 양은 “학원에선 매일 멍 때리다 혼나기 일쑤였다”며 감격해했다.

학원에선 멍 때리지 말고 집중하라고 혼났다는 우승자의 말처럼 사회나 조직에서 멍을 때리는 행위는 비생산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집중하지 못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일정표, 할 일 목록, 전자 캘린더 알리미, 소음 차단 헤드폰 등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온갖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리니 필레이 하버드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신간 《멍 때리기의 기적》에서 “우리의 뇌는 집중하지 않을 때 가장 창의적”이라고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멍 때리기’를 강력하게 권유한다. 저자는 미국 맥린 병원의 공황장애연구 책임자를 맡아 스트레스 및 불안 전문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집중’은 좋은 것, ‘비(非)집중’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파괴한다. 두 가지 행동이 적절하게 결합했을 때 최상의 성과가 나온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집중하는 것은 길 앞을 똑바로 비추는 폐쇄적이고 좁은 광선에, 비집중은 멀고 넓은 곳까지 비춰 주변을 볼 수 있게 해준 광선에 비유한다. 저자는 “집중과 비집중을 통하며 새로운 리듬을 만들면 생산성과 창의성, 독창성을 크게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비집중, 즉 멍 때리기가 어떻게 창의성을 발현하는 데 기여하는지 입증한다. 운전 중 ‘중합효소 연쇄반응 기법’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미국 생화학자 캐리 뱅크스 멀리스, 2년간 서곡을 200편 작곡한 조지 필립 텔레만,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를 세계 정상 반열에 올린 프리츠 라이너 등의 업적은 모두 멍 때리기의 소산이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는 “비집중은 편도체 활성화 정도를 감소시키며 침착한 감정을 형성하는 동시에 전두극 피질을 활성화해 혁신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뇌를 ‘비집중 모드’로 변환할 수 있는 걸까? 그는 다양한 ‘멍 때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몽상하는 것이다. 검열받지 않은 비현실적이거나 실재하지 않는 생각을 막연히 머릿속에 떠올리다 보면 오히려 끙끙 앓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몸을 사용하는 것이다. 몸을 특정 방식으로 사용해 자신만의 인지 리듬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주기적으로 하고 긴장에서 벗어나는 명상 또한 도움이 된다. 하던 일에 대한 생각을 접고 아무 곳에도 집중하지 않는 일명 ‘마음 방랑’ 역시 멍 때리는 데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