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되돌리기엔 늦었어"… 알고 보면 위험한 조언
세계 최대 동영상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원래 우편으로 영화 DVD를 대여하는 회사였다. 2011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자 수가 기존 우편 구독자 수를 넘어서자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넷플릭스를 두 회사로 나누는 결정을 내렸다. 분리 작업은 급속도로 이뤄졌고 동영상 서비스의 새 브랜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두 개의 다른 웹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객들의 심기가 불편해졌고 투자자들도 반대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몇 달 사이에 반 토막이 났다.

넷플릭스의 그다음 행보는 놀랍게도 모든 계획의 철회였다. 몇 달에 걸쳐 계획을 세워 새 브랜드와 사업체를 만든 시점에서다. 애초에 이 계획은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쳐 진행됐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투입됐다.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내부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분리 정책을 포기한 뒤 4년간 넷플릭스 주가는 10배 뛰어오를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넷플릭스의 ‘때늦은’ 방향 전환은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리면서 넷플릭스처럼 “너무 늦었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주 한다. 이것은 잘못된 판단을 고수하다가 막대한 피해를 입힐 위험한 말일 수 있다. 지출 관리 컨설턴트인 잭 퀄스는 《말 기술》에서 기업 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말로 인해 시간, 돈, 노력 등의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를 ‘비싼 문장(expensive sentences)’이라며, “지혜로운 조언처럼 들리지만 정보를 제한하고 대화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다른 선택지를 지워 잘못된 결정으로 이끄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비싼 문장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표현으로 나타나지만 저자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한다. ‘어쩔 수 없잖아’ ‘특별하니까’ ‘아까워서’ 이 세 가지 말은 합리적 분석과 결정을 불가능하게 하는 관념이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와 비슷한 표현으로 ‘너무 늦었다’ ‘너무 바쁘다’ ‘당장 그것부터 하자’와 같은 것이 있다. ‘너무 바쁘다’는 새로운 일이나 결정을 미루는 데 쓰기 좋은 말이다. ‘당장 그것부터 하자’는 다급함 때문에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특별하니까’는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기대를 불어넣고 수많은 예외를 요구하는 말이다. 저자는 특별함과 연관된 가장 유해한 문장으로 ‘우리는 다르다’ ‘믿어보자’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한다’를 꼽는다.

미국의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퀴즈노스는 ‘다름’으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기업이다. 1981년 창업한 퀴즈노스는 다른 브랜드에서 맛볼 수 없는 오븐에 구운 샌드위치의 풍미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퀴즈노스는 패스트푸드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2007년까지 5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열며 성장했다. 경영진은 자신들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가맹점에는 비싼 값에 재료와 물품을 구입하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브웨이 등 다른 샌드위치 체인점도 구운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하자 차별점은 사라졌고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대거 이탈했다. 3000개가 넘는 가맹점이 문을 닫았고 퀴즈노스는 2014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저자는 ‘아까워서’는 희소성이 결정을 내리는 데 절대적 기준이 돼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말이라고 전한다. ‘그 사람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착각을 일으켜 그에게 가장 큰 희소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특정한 사람, 기술, 상품에 집착하면 원래 그로부터 얻으려고 했던 결과를 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