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수에게만 혜택? 트럼프노믹스의 '그림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북 정상회담 등을 주도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언급되는 등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그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는 미국 내에서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소수의 미국인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무역정책, 근로자 대부분의 임금을 낮추고 혜택을 줄이는 소수만을 위한 노동권법, 날이 갈수록 커지는 인종별 재산 격차 등 트럼프노믹스의 문제점들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도 부유층을 제외한 국민 대부분의 살림살이를 악화시키는 예산 편성과 집행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경제정책의 위험성을 알린다. 미국 UC버클리 교수인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큰돈’ ‘사기꾼과 온갖 속임수’ ‘해결책’ ‘트럼프노믹스’라는 네 개 주제로 나눠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트럼프노믹스는 채무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대기업과 억만장자를 파산하지 않도록 도와주지만, 학자금 및 주택담보대출로 허덕이는 대학 졸업생과 주택 소유주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무역 협정에서도 대기업의 지식재산권은 보호하면서 근로자들의 축적된 기술은 보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빈곤층, 난민, 불법체류자들에게 냉혹한 정책을 남발하고, 언론을 통제해 대중을 속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장인 트럼프노믹스 부분이다. 저자는 이 장을 시작하면서 ‘독재정치의 7가지 징후’를 제시한다. ‘가족을 힘 있는 높은 자리에 임명한다’ ‘사실과 마주쳤을 때도 대중에게 거짓말을 되풀이한다’ ‘사적 재산과 공적 재산의 경계를 긋지 않고 공직에서 이익을 취한다’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년간 통치 방식을 정면에서 비판했다고 볼 수 있다.

날카로운 경제학 서적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쉽게 읽히는 이유는 중간중간 나오는 삽화 때문이다. 아들의 권유로 저자가 직접 그렸다. 익살스러운 만화를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통찰력이 직관적이고 재기발랄하게 담겨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