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읽어야 하나, 책이 답한다
“오늘날은 글과 책이 예전의 그 특별한 품격이나 매력, 독특한 마력 등을 완전히 박탈당한 것처럼 보인다.”
성인 5명 중에 2명은 1년에 책을 한권도 안 읽는(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최근 한국의 얘기가 아니다. 100년 전 헤르만 헤세가 '독서의 기술'에서 쓴 문장이다. 이런 회의와 의문은 여전하다. 한국뿐 아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한 대학생이 아사히신문에 투고한 ‘책을 안 읽으면 안 되나’이란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책을 전혀 읽지 않았고 읽지 않아도 사는데 문제가 없었다”며 “독서도 악기나 스포츠 같은 취미의 일종이니 책을 안 읽어도 상관없지 않나“라고 물었다. 세계적 추세인 독서율 감소에 답하듯 왜 독서를 해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독서법’에 대한 책들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본 대학생의 투고를 소개한 '죽을 때까지 책읽기'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 회장을 지내고 주중 일본대사로도 일한 니와 우이치로가 쓴 책이다. 올해 79세인 저자는 “책을 읽든 안 읽든 그건 너의 자유”라고 쿨하게 답한다. 다만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한정된 세계에 가둬놓는 것에 비유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하루 30분씩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면 10년 간 1800시간, 30년이면 5400시간 책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므로 그것을 습관화하면 다양한 사람을 매일 만나게 되는 셈”이라며 “책을 전혀 안 읽는 사람과는 인간의 폭이나 인생의 풍요로움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 책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마흔, 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의 책읽기(김현민 지음)에서도 못지 않은 ‘책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비범한 독서가인 저자는 매일 오후 9시를 ‘가족 독서 시간’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10분 간 읽었지만 습관이 되면서 아이들의 책 읽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었다. 저자는 책에 ‘몰입’한다면 5분이든, 10분이든 시간은 중요치 않다고 설명한다.

독서교육 전문가 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법'도 ‘독서는 습관’이라는 측면에서 맞닿아 있다. 공부처럼 독서도 “일단 재밌어야 하고 스스로 할 때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아직 안 배웠다”며 교과서를 보고도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중학생들에게 충격을 받은 후 저자는 언어능력과 성적의 상관 관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독서는 공부를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좋은 아이들, 소위 ’공부머리‘가 좋은 학생들의 비결이었다. 책 중간중간 ‘우리 아이 읽기 능력 판별법’ ‘재밌는 책 고르는 법’ ‘독서 습관 체크리스트’ 등의 코너도 실용적이다.

독서교육회사 한우리열린교육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가 쓴 나는 이기적으로 읽기로 했다(박노성 지음)는 어른 아이 구분없이 맞춤형 독서법으로 접근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과 공부로 인한 시간 부족’을 독서를 못하는 이유로 꼽고 있는 만큼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트잇 독서법부터 비교독서와 파생독서, 속독과 훑어읽기, 반복독서 등 책의 성격뿐 아니라 각자의 취향과 생활 습관에 맞출 수 있는 다양한 독서법을 소개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