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반얀 라이더스’의 박래광 회장, 김준상 반얀트리호텔 총지배인, 주준범 회원, 박연호 회원.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왼쪽부터 ‘반얀 라이더스’의 박래광 회장, 김준상 반얀트리호텔 총지배인, 주준범 회원, 박연호 회원.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태양이 눈부시던 한낮,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는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묵직한 모터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 호텔 오토바이 동호회인 ‘반얀 라이더스’의 정예 멤버들이다. 바이크(bike)와 함께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중장년 ‘사나이’들을 만났다.

검은 세단 대신 모터사이클에서 내리는 한 남자. 옷차림도 여느 호텔 손님과는 대비를 이룬다. 번쩍이는 액세서리가 눈부신 가죽 재킷, 찢어진 청바지에 선글라스…. 말쑥한 의사 가운을 걸치던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평소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관(棺) 하나 지나가네’ 할 정도로 냉소적이었습니다. 그러다 옷을 사려고 해외 브랜드를 알아보니 바이커 패션이 많더라고요. 그때 충격을 받았죠. ‘폭주족’ ‘배달’ 이런 시선으로만 오토바이를 바라봤는데 서양엔 이미 바이크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주준범 씨가 3년 전쯤 바이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다. 이내 자유와 개성으로 상징되는 바이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바이크를 타면 시원해요. 사무실(진료실) 공간에 얽매여 있던 중년에게는 진정한 해방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반얀 라이더스 회장인 박래광 씨(전기·조명업)는 열정적인 바이크 예찬론자다. 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2~3년 전에 불과하지만 프로 바이크 선수로부터 바이크 타는 법에서 관리 요령까지 직접 배웠다. 50세가 넘어 ‘늦깎이’로 입문했지만 제트스키 등 스포츠 마니아였던 덕에 바이크 활동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작은아버지께서 체인 없는 바이크를 타고 지방에 다니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때 바이크 로망이 생겼죠. 시간적·경제적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커다란 성취감과 삶의 활력을 주는 취미입니다.”

바이크 문화의 건전한 정착을 위해 박 회장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안전’이다. 그는 “흔히 바이크를 탄다고 하면 ‘이혼도장 찍고 타라’고들 하는데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 안전하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반얀 라이더스는 2016년 봄 결성한 이래 매월 회원들과 정기 투어를 떠나고 번개 투어도 수시로 하지만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

안전한 오토바이 투어를 위해서는 동호회 활동이 힘이 된다. 혼자서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만 돌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사고를 당했을 때 수습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주씨는 “바이크 동호회는 ‘군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엄청난 질서가 강조되지만 그만큼 안전하고 재미있게 탈 수 있다”고 했다.

반얀 라이더스 회원은 12명. 인원이 많지 않은 만큼 돈독한 정을 자랑한다. 부부 커플도 있다. 반얀트리클럽 회원이면 별다른 조건은 없다. 심지어 바이크 동호회지만 오토바이가 없어도 된다고. 탠덤이라고 불리는 뒷좌석에서의 라이딩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연령층은 40~60대로 세대와 직업에 상관없이 폭넓게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바이크 경력 10년이 넘는 박연호 씨(의류사업)는 반얀 라이더스 활동을 통해 새삼 바이크의 매력에 빠졌다. 청년 시절부터 일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다 보니 바이크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고. 그러다 바이크를 통해 세상과 교감하는 법에 새롭게 눈을 떴다. “한번은 남미 대통령이 방한해 함께 투어를 나간 적이 있어요. 한국의 명소를 알려주고 같이 식사도 하고요. 바이크 동호회 활동을 통해 각기 다른 직업의 사람을 만나고 연장자들과도 같이 투어를 다니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 만났어도 취미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는 것이 동호회의 힘이다. 반얀 라이더스의 결성과 유지에는 바이크 마니아로 유명한 김준상 반얀트리호텔 총지배인이 구심점이 됐다. 김 총지배인은 “호텔 안에 있다가 오토바이 소리만 들리면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했다. 회원들이 수년간 같은 호텔에 다니면서 서로 인사도 없이 지낼 때가 많은데 취미 하나로 가까운 친구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얀트리호텔은 특급 호텔인 동시에 다양한 클럽 활동으로 주목받는 사교클럽이다. 멤버십 클럽 회원만 3800여 명에 이른다. 오토바이 외에도 골프 자전거 테니스 등 운동 관련 클럽, 각종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김 총지배인은 “반얀 라이더스를 비롯해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최고의 교류의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현정 한경머니 기자 gr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