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팽창하는 도시… 어디까지가 '서울' 일까
서울은 팽창을 거듭했다. 한양이 아니었던 영등포와 노량진은 1936년 경성에 들었다. 1963년에는 경성에 포함되지 않았던 영등포 동쪽까지 서울에 편입됐다. 도시는 커졌지만 역사는 사라졌다. 서울 속 농촌으로 최근까지 대규모 논농사가 이뤄지던 마곡지구가 대표적이다.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로, 오랜 쌀농사의 기억은 이제 배수 펌프장으로만 남아 있다.

《서울 선언》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인 저자가 서울을 걸으면서 찾아가는 흔적의 기록이다. 문헌학자인 저자의 답사 대상은 찬란한 문화유적지가 아니다. 그저 평범한 공간들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낡은 맨션이나 해방촌 계단, 골목길 풍경과 즐비한 유흥업소 간판까지 수백 장의 사진이 함께한다. 얼핏 보면 심심할 수 있지만 “사료적, 문학적 가치를 판단하기 전에 눈앞에 있는 문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문헌학의 성격을 이해하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에 따르면 유명한 건물이나 사건 현장만 보고 다니는 것은 초보다. 유명한 지역을 걸으면서 그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중급,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도시 구획을 걸어다니면서 서울 사람이 살아온 모습과 감춰진 재미를 발견하는 것은 고급 단계의 답사라고 강조한다. ‘시간이 서울의 주인이고 변화가 서울의 본질’이기 때문에 같은 장소를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걸어야 파악할 수 있다. 일상적인 도시 한복판에서 의미를 읽어내려는 ‘생활 속 모험’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책을 옆에 끼고 일단 걸어볼 일이다. (김시덕 지음, 열린책들, 416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