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국가주의-시장경제 양립… 싱가포르 꿈꾸는 中國夢
중국이 개혁·개방을 내세우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수용을 모색했을 당시 세계 각국 학자와 정치가들은 의구심을 품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한다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198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후야오방은 이 같은 미래 중국에 대한 질문에 ‘싱가포르식 체제’를 언급했다.

왜 싱가포르였을까. 중국사 권위자인 임계순 한양대 명예교수는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이라는 책을 통해 그 답을 찾는다. 1978년 싱가포르를 방문한 덩샤오핑은 “내 꿈은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를 1000개 세우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싱가포르가 중국의 발전 모델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정치체제에서는 통제국가면서도 시장경제와 개방경제 체제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세계 8위의 부국으로 올라선 나라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양립에 대한 다양한 의구심에 대한 답을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찾은 것이다. 이후 중국 공산당원 수만 명이 싱가포르를 찾았고 쑤저우공업도시, 톈진생태도시, 광저우지식도시와 같은 싱가포르와의 합작 도시도 중국에 생겨났다.

지금 중국이 걱정하는 부분은 미래 청사진이다. 경제적 급성장을 이룬 중국 정부는 물리적·사회적 변화는 물론 경제구조의 조정,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경제 발전, 도시와 농촌의 균형 발전 등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과거처럼 ‘싱가포르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과거엔 사회적 통제, 국가 주도의 경제운용 및 발전 방안과 같은 싱가포르의 하드웨어를 따라갔다면 이젠 사회보장체계, 조직관리체계, 사회관리 서비스시설 등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들을 배워가고 있다.

부패 척결 등 ‘법치중국’ 건설의 초석을 놓고 있는 시진핑의 최근 움직임 역시 법치를 기반으로 한 싱가포르의 ‘리콴유식 통치방식’을 닮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싱가포르가 반세기 동안 권위주의적 가치관에 의해 운영된다는 외부 세계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세계 일류 국가로 성장한 데는 법치에 근거한 사회체제가 확립됐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깨끗한 정치, 부패 없는 정부, 투명한 세정, 책임 있는 사회라는 가치는 법 위에 권력이 있지 않고 법이 권력기관을 관리한다는 국가 운영 철학에서 시작됐다.

여러모로 중국의 통치와 지배양식, 중국인의 의식구조, 가치관, 생활양식에 영향을 주는 국가모델이라는 점에서 싱가포르는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이웃한 한국에도 다방면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저자는 13억 명 인구대국 중국의 롤모델인 이 작은 도시국가가 국격을 유지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해나가는지 다각도로 설명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