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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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공유하며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오늘은 맞벌이 부부의 다툼을 통해 녹녹치 않은 일하는 엄마·전업 아빠의 고충을 알아보자. 한 인터넷 게시판에 남편과의 갈등을 공개한 이는 30대 워킹맘 A씨다.

A씨는 약국을 운영하다가 허리디스크로 마취통증의학과에 다니던 남편이 약국에 자주 들르면서 그때 맺은 인연으로 결혼에까지 이르게 됐다.

남편에 대한 사랑에 연민까지 더해진 A씨는 수술비조차 없었던 남편을 위해 수술비도 내주고 시댁 빚 7천만 원도 갚아줬다.

A씨는 4억 가량의 신혼집은 물론 결혼 후 시동생 학비까지 내주기도 했다.

다행히 남편의 허리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재활치료도 무사히 잘 마쳤다.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노동 일을 계속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던 남편은 자신이 살림을 도맡아서 하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 육아까지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A씨는 약국 수입도 괜찮은 편이니 외벌이로 충분히 먹고살 만하다 생각돼서 남편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A씨는 남편도 주말에 쉴 수 있게 가사도우미를 불렀고 남편은 일하면서 돈 벌 때에 비하면 천국이라고 정말 행복해했다. A씨도 그런 남편을 보면서 행복했지만 아이가 생기고부터 이들 부부에게 문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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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두 사람에게는 딸이 태어났고 A씨는 돌이 될 때까지 만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약국을 아는 후배에게 맡기고 휴직을 하게 된 것.

휴직 기간 육아는 A씨가 80%, 남편이 20% 정도 했고 집안일은 가사도우미를 불러서 했다.

그러다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A씨는 약국으로 돌아갔고 남편은 다시 전업 아빠가 됐다.

하지만 1년여 휴직 기간 중 나눠하던 육아를 다시 혼자 맡게 된 남편의 불만이 시작됐다.

남편은 "왜 나 혼자 아이를 키워야 되냐. 내 나이가 30대 중반 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아이만 보면서 집에만 온종일 붙어있으려니 답답해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하소연 했다.

A씨도 남편을 이해하려 퇴근 후 아이 육아에 좀 더 참여하고 배려해줬지만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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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이를 가사도우미한테 맡겨 놓고 몇 시간씩 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육아가 아닌 가사를 돕기 위해 일을 하던 도우미와 트러블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남편은 가사도우미 대신 차라리 베이비시터를 고용하자고 했지만 A씨는 남편이 일도 안 하는데 19개월 밖에 안된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게 내키지 않았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건 당연했다.

남편이 베이비시터를 고집하자 A씨는 "그럼 당신이 일을 시작해서 시터 비용을 낼 것이냐"고 물었고 남편은 "몸이 아파서 돈을 벌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보기에는 주말에 축구장에서 날아다니고 등산도 잘만 다니면서 돈을 버는 건 못하겠다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남편은 시터 고용 안하는 A씨가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퇴근해서 온 A씨에게 '독박 육아 지친다'고 짜증만 부렸다.

주말에 외출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 남편은 최근엔 토요일 새벽에 나가서 일요일 밤에 들어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A씨가 물어도 "평일엔 내가 아이를 보니까 주말에는 내가 뭘 하든 터치하지 말라"는 답만 들려줬다.

A씨는 "부부 사이가 안 좋으니까 아이까지 우리 부부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면서 "남편을 이해는 하지만 나도 최선을 다하는데 퇴근해서 집에 가면 독박 육아 힘들다고 소리 지르고 주말이면 혼자 나갔다 오는 남편과 지금처럼 계속 살아야 하는 건가 고민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약국 가 보면 약은 여약사에게 처방전은 약사 남편에게 내는 상황 종종 보이던데 정말 남편 갑중의 갑이다. 너무 안타까워서 진짜 지어낸 이야기이길 빈다", "우리 이모가 쓴 줄 알았다. 지어낸 이야기 같겠지만 정말 저렇게 산다. 시댁 식구들 생활비에 학비에 다 내주면서 사는데 왜 저러고 사나 싶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약대 나와서 돈 많이 벌면 뭐 하나.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춰주고 호구 짓 하니까 남편이란 작자가 끝도 없이 바라는 것이다", "고구마 몇 십 개 먹는 기분이라 이런 글은 읽고 싶지 않다. 아파서 일 그만두고 육아하는 남편이 주말마다 외박이라니"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산다고 이혼하자 해라. 차라리 남편한테 들어가는 돈을 베이비시터한테 써서 다른 사람 도움 받는 게 낫지. 남편은 돈도 안벌어 육아도 살림도 하기 싫은데 뭐 하러 같이 하나", "본인이 노력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책임감과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되어 상대를 무능력하게 만든다" 등의 조언을 남겼다.

이인철 변호사
이인철 변호사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요즘 아내가 일하고 남편이 집안 일을 전담으로 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물론 남녀는 평등하고 부부는 평등해야 하므로 일을 누가 하는지는 부부가 협의를 하고 서로 협조가 잘 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부부 중 한쪽만 일을 하고 집안 일도 누군가가 전담해야 해서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경제 문제와 육아 문제에서 오는 갈등으로 인해 혼인이 파탄나는 경우가 많으니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하며 배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