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얍 코리아] "나얍은 편견없는 오디션… '성악 강국' 한국서 숨겨진 목소리 찾겠다"
“한국 성악가들은 뛰어난 목소리와 놀라울 정도의 훈련량으로 유명합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먼저 오디션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죠.”

데이비드 블랙번 나얍 대표(사진)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을 첫 ‘나얍’ 개최지로 꼽은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블랙번 대표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유럽을 벗어나 아시아에서 연례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은 오랜 내 꿈이었다”며 “아시아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오페라 가수가 매우 많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가 나얍을 세우고 오페라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은 세계 유수 극장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각 극장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나라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며 “자신들의 도시에서 오디션을 열어달라”고 블랙번 대표에게 요청했다. 그는 “오페라 가수가 국제 무대에 오르려면 각국 극장을 찾아다니며 오디션을 봐야 한다”며 “수개월의 오디션 투어를 위해 수천달러를 부담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비효율적인 방식이 어딨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블랙번 대표는 “국제적인 주요 도시에 있는, 유망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극장 캐스팅 담당자들을 한데 모으는 게 훨씬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며 “전통적인 오페라 오디션 모델을 뒤집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나얍 오페라 오디션 프로그램은 세계 오페라 가수들에게 ‘편견 없는 스카우트의 장’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는 “그동안 25개국에서 오디션을 열어 수많은 성악가의 배역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나얍은 국제 콩쿠르와는 크게 다르다. 블랙번 대표는 “콩쿠르는 우승자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승자 독식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얍은 한 개의 우승 타이틀을 주는 게 아니라 오페라 극장들이 필요한 인재를 뽑아 계약하는 ‘스카우트’ 방식이어서 많은 사람이 오페라 배역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번 대표는 나얍 코리아를 통해 내년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성악가와 음악감독 등을 초빙해 한국 오페라 가수 지망생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젊은 예술가 프로그램 책임자인 드미트리 브도빈과 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캐스팅 디렉터인 레노어 로젠버그 등이다. 그는 “이들을 통해 국제적인 오페라 경력을 쌓고 유지하는 방법을 조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