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한번 위스키 부흥기를 기대하며

세계 각국 실패와 성공의 역사
훌륭한 나침반 될 수 있을 것

세계 위스키 시장 꾸준히 성장
2016년 약 65조원으로 커져
일본 ‘닛카(Nikka)’ 위스키 증류소.

일본 ‘닛카(Nikka)’ 위스키 증류소.

2015년 세계 증류주 품평회(International Spirit Challenge)에서 최고 위스키로 선정된 일본의 ‘닛카(Nikka)’ 위스키에 대한 필자의 경외심은 수년 동안 그 양조 현장을 방문하고 싶은 소망으로 간직돼 있었다. 마침 아들 내외가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함께하자는 제의를 해와 그 꿈이 올봄에 이뤄졌다. 홋카이도 서북부의 소도시 요이치(余市)시에 1934년 건립된 닛카 위스키 증류소 경내는 정원부터 증류동까지 모두 고풍스러운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었다.

위스키가 오늘날처럼 전 세계 증류주의 정점에 선 것은 근대화, 산업화가 가속적으로 진행된 1880년대부터다. 12세기부터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산간 지역 증류소에서 흩어져 소량 생산되던 위스키는 도시의 블렌더들에 의해 대량 판매될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됐다. 위스키는 대영 제국의 해상무역을 통해 세계인에게 그 매력을 널리 알리며 퍼져 나갔고, 부상하는 지위만큼 그 품질도 나날이 향상됐다. 이후 북아메리카 대륙이 경제적으로 부흥하면서 미국 위스키와 캐나다 위스키가 성장했고, 1920년대 일본이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위스키산업은 5개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인도, 대만 등 기존 위스키 생산국과 기후, 환경이 완전히 다른 국가들이 위스키산업에 진입하며 세계 위스키 시장은 다각화됐고 2000년 이전에는 스카치 위스키만으로 구성돼 있던 고품질 위스키 목록에서도 이제는 다양한 국가의 위스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그 선봉 중 하나인 닛카 위스키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며 세계 위스키산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주류산업정보기관 IWSR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류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중 위스키 브랜디 등의 증류주는 지난 5년간 연평균3.6%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또한 증류주 중에서도 위스키는 여타 증류주에 비해 성장폭이 크며, 앞으로도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에는 세계 위스키 시장 규모가 약 65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스키가 고급 증류주 시장에서 세계인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다채로운 향, 눈을 즐겁게 하는 빛깔, 풍부한 맛, 부드러운 목 넘김과 같이 우리의 관능을 만족시키는 점(유형적 특징)과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향유하는 가치, 품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험(무형적 특징)이다. 위스키가 우리에게 심신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높은 품질에 기인한다. 흔히 ‘연산’이라고 잘못 알려지기도 한 위스키 품질은 엄밀히 말하면 마스터 블렌더 솜씨에 의한 조화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 해당 원액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알 수 있는 연산은 사용된 오크통의 종류, 숙성 환경(온·습도) 등과 함께 블렌딩되는 원액의 숙성도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세계적인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와 반대로 유독 한국은 10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울기 시작한 한국 위스키 시장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 경제적 상황과 주류 소비문화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이런 현상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근본적인 원인은 위스키업계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웃 일본만 보더라도 위스키산업은 2차 세계대전과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 등을 거치면서 존망의 위기를 수없이 겪었지만 자생력을 키우고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고난을 넘어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한국의 위스키 시장은 2010년 이전까지 지난 30여 년간 황금기를 보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거의 반 토막 난 지금은 위스키 애호가들 기대를 충족시키며 위스키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히 필요하다. 세계 각국 위스키산업의 실패와 성공의 역사는 우리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를 위해 필자는 몇 차례에 걸쳐 세계 위스키산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격조 높은 한국만의 위스키 문화가 형성되고 시장이 되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이종기 세계 술문화박물관장은

[이종기의 위스키 기행] 반 토막 난 한국 시장, 애호가 기대 맞추는 새 패러다임 절실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동양맥주에 입사했다. 영국 에든버러의 해리엇와트대학원 양조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위스키 전문가 길을 걷기 시작했다. 두산씨그램 상무, 디아지오코리아 부사장을 지냈고 2005년 충북 충주에 리쿼리움을 개관했다. 한국의 대표 위스키인 윈저와 골든블루를 개발한 양조증류 전문가다. 영남대 교수를 거쳐 술 제조업체 오미나라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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