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서라면 난/슬퍼도 기쁜 척할 수가 있었어//아파도 강한 척할 수가 있었어//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I’m so sick of this(이제는 지겨워)/Fake Love Fake Love Fake Love(가짜 사랑이야…)”

‘페이크 러브(FAKE LOVE)’는 이뤄질 수 없는 청춘의 사랑을 노래한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어둡고 누추한 공간에서 방황하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고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멤버들은 다양한 공간에서 감정에 따라 눈부신 퍼포먼스를 곁들인다. 글로벌 팬들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빠져든다.

29일(현지시간) 빌보드 ‘핫 100’ 10위에 랭크된 ‘페이크 러브’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한 비결을 살펴본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공감

빌보드닷컴은 “대부분 K팝 그룹은 논쟁적인 주제를 꺼리지만 방탄소년단은 왕따, 자살 등 사회문화적 이슈를 노래로 들려줘 인기를 얻었다”고 썼다. 미국 CNBC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성공 비결”이라고 보도했다.

2013년 데뷔 초 ‘학교’ 3부작에서 청소년이 바라보는 현실과 꿈을 불렀고, 2015년 ‘화양연화’ 2부작에서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청춘기의 불안과 아픔을 전했다. 2017년부터 내놓은 ‘러브 유어셀프(너를 사랑해봐)’ 4부작 시리즈는 제목에서도 상대에 대한 사랑의 감정보다 자기애에서 출발할 것을 권한다. 자아 찾기에 문제의 해결책이 담겨 있다는 암시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문 씨는 “‘페이크 러브’는 방탄소년단의 이런 특징을 압축해 담아냈다”며 “청춘의 즐거움이 아니라 고민을 강조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노랫말은 상대를 위해 예쁜 거짓을 지어냈던 자신을 반성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강조한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단순히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토리텔링 수단으로 활용한다. 각 뮤직비디오 장면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서사를 펼쳐낸다. ‘페이크 러브’가 뜨니까 ‘피 땀 눈물’ 의 조회 수가 올라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구인에게 익숙한 멜로디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방탄소년단 음악은 기존 K팝보다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한다”며 “서구인이 들어도 익숙한 멜로디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K팝은 댄스 뮤직이 주류다. 춤추기에 쉽도록 곡을 쓰다 보니 단순해진 게 약점이다.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이 틀에서 벗어나려 했다. 라틴팝과 일렉트로닉뮤직(EDM) 등으로 흐르면서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고 있는 영미권 트렌드를 따랐다.

3집에 수록한 ‘매직숍(Magic Shop)’ ‘에어플레인 파트2(Airplane pt.2)’ ‘앙팡맨(Anpanman)’ ‘전하지 못한 진심’ 등은 이모(이모션) 힙합부터 팝발라드, 라틴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11개의 트랙에 녹여냈다. ‘페이크 러브’는 어두운 감정을 가볍게 풀어내는 이모 힙합 장르로, 서구 최신 트렌드 중 하나다. 감정을 전달하는 데 알맞은 장르다.

강씨는 “‘페이크 러브’는 기타와 건반 비트도 잘 다듬어냈다”며 “일반 K팝보다 세련된 음악이라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네트워크 마케팅의 글로벌 표준

30일 팬들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빌보드 싱글차트 10위라니! 자랑스럽다” “그래미 어워즈도 꿈이 아니다” “방탄소년단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 “자고 일어나면 매일 기록이다” 등 찬사를 쏟아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 팔로어 수는 약 1500만 명, 유튜브 채널 ‘방탄TV’ 구독자 수는 약 850만 명, 총조회 수는 13억5000만 뷰다.

트위터에서 이들의 언급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캐나다 출신 팝스타 저스틴 비버 관련 트윗양을 합한 것의 두 배인 5억여 회다. 트위터에는 ‘셀카’부터 멤버들의 일상 및 활동사진과 영상을, 유튜브에는 영상 일기인 ‘방탄 로그’, 활동 비하인드 영상인 ‘방탄밤’ 등을 공개하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