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수유 중인 아빠 _ 사진 게티 이미지 뱅크
분유 수유 중인 아빠 _ 사진 게티 이미지 뱅크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에 대한 네티즌 의견과 전문가 조언을 들어보는 [와글와글]. 오늘은 아이 데리고 혼자 수유실에서 분유 먹이다 변태 취급받은 남편 사연을 고발한 A씨의 이야기다.

맞벌이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A씨를 대신해 남편은 혼자 아이 데리고 외출을 자주 한다고 한다.

A씨는 "아기 데리고 외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저는 제가 돌볼 때면 가능한 집에만 있고 싶은데 남편은 아기도 새로운 거 보면 좋아하고 밖에서 놀고 오면 밤에 잠도 푹 잘 자는 것 같다고 데리고 다녀서 늘 고마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도 A씨 없이 남편이 혼자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어느 날이었다.

평소 외출 전에는 분유 수유를 하고 나가는데 그날따라 아이가 분유 보충을 거부했고 곧 분유 먹여야 할 것을 감지한 A씨 남편은 휴대용 분유를 챙겨 외출했다.

남편이 시댁 근처로 가기 위해 20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아이가 차 안에서 배고프다고 울고불고 보채기 시작했다.

남편은 평소대로 휴게소에 내려 수유실을 찾아서 갔고 전등이 켜져 있어서 누군가 있을지 몰라 노크를 하고 '실례합니다'하고 들어갔다.

수유실 안에 사람은 없고 엄마들이 흔히 쓰는 백팩이 하나 놓여있었지만 누군가 깜빡하고 갔나보다 하고 신경쓰지 않았다.

들어간 김에 기저귀도 갈고 분유 타서 먹이려고 막 자세 잡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사람이 들어왔다.

그 가방의 주인이었다.

그 여성은 다짜고짜 "아저씨! 여기 남자는 들어오는데 아니에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A씨 남편 또한 아직까지는 수유실 쓰다 보면 남자가 들어오는 걸 어색하게 여기시는 분이 많은지라 최대한 좋게 말을 했다.

하지만 가방 주인 어머니는 A씨 남편을 변태라고 소리 지르면서 휴게소 직원을 부르는 등 소동을 피우다 가방을 들고 가 버렸다.

나중에 남편에게 이 사연을 들은 A씨는 "딱 봐도 아기 우유 먹이려고 들어온 거 보였을 텐데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남편이 그 일로 자존심 상했고 속상해하더라"고 전했다.

A씨는 "다들 그렇게 공동육아를 하자고 목소리 높이면서 왜 정작 아빠들이 그런 시설 이용하는 걸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다"면서 "모유 수유하러 와서 불편하면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언제 나갈 건지 양해 정도는 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다짜고짜 민망하게 나가라고 소리 지르고 피하고 제 남편이 범죄자냐. 왜 앞장서서 수유실을 여성 독점 공간으로 만들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엄마 대신 아이 돌보는 남자를 변태 취급하는 시선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전년 대비 56% 증가할 만큼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이 점차 늘고 있고 엄마 없이 아빠가 아이와 외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이런 육아 아빠들을 위한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갈이대가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A씨의 사연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아빠 혼자 애 데리고 오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당연히 아이는 엄마가 보라는건지 황당하다", "수유실도 그렇지만 남자화장실엔 기저귀 갈이대 없어서 아빠가 아기 데리고 외출하면 힘들 거 같다", "반반 육아 요구하면서 수유실에 아기 아빠 들어왔다고 난리를 치다니. 수유실은 수유를 하는 사람들의 공동 공간이다. 설령 모유 수유하는 공간이 분리가 안 돼 있어도 양해를 구하면 되지 화내며 쫓아내선 안된다" ,"수유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아무도 없는 수유실에 남자 출입 금지라고 적힌 것도 없는데 빈 수유실 사용한 게 뭐가 문제지", "전 완모엄마이지만 수유실에 남자분 들어와서 분유 먹이는 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요즘 수유실 거의 칸칸으로 되어 있으니 커튼 치면 보일 일도 없다", "모유 수유 하시는 분들은 남자 들어오면 불편할만 하지 않나? 분유 먹일 때도 꼭 수유실에서 해야되는건가", "분유 먹일때도 수유실 써야 하냐고? 분유는 그럼 길바닥에서 가방 짐 다 펼치고 탄 다음에 애안고 먹이나"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원장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원장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원장은 "육아와 수유는 부모의 당연한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양성평등 문화 정착에 따른 남.여의 성적 고정역할은 무의미한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휴게소 등에서의 남편들의 분유수유 관한 해프닝이 없어지려면 '분유수유중' 표식을 달아서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