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
술 소비량이 줄고 있다. 건강을 챙기는 ‘웰빙’ 바람이 분 데다 술을 강요하는 회식문화도 사라지고 있어서다. 젊은 층에서는 저도주 술이 인기이며 원하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혼술(혼자 마시는 술)족’이 늘고 있다. 신간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의 저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초저출산 시대 출생자들이 성인 연령에 들어서는 2021년 이후부터는 술 소비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국내 주류산업에 미래는 없는 걸까. ‘폭탄주’를 사랑하는 40~50대가 당분간은 버팀목이 돼 주겠지만 저자는 인구 구조상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갔다고 진단한다. 내수시장의 한계가 명확한 지금 문화 한류처럼 주류산업도 나라별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K-알코올’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2016년 출간한 《정해진 미래》를 통해 인구 구성비의 변화가 가져올 한국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서는 그로 인해 기업들이 맞게 될 어려움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인구 변동을 숫자로만 보면 좋은 신호가 별로 없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의외로 기회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주류뿐 아니라 백화점과 호텔, 화장품과 식품, 자동차와 여행, 금융과 보육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별로 주목해야 할 인구 현상을 분석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경고할 뿐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한다.

채용 시장의 변화도 예고했다. 저자는 20대 젊은이뿐 아니라 은퇴 인구도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에 머물면서 대도시 집중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非)혼 인구 증가로 이직률이 높아지고 세대 갈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은퇴를 앞둔 이들까지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젊은 인구 감소로 고졸 채용 시장이 커지고 노동 시장은 유연해지면서 더욱 다양한 형태의 직업 활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았다.

책을 읽다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대변되는 한국의 인구변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17개 분야에 이르는 시장을 짧게 다루다 보니 각 산업 분야가 처한 현재 상황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해결 방안이 다소 막연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다른 어떤 경제 변수들보다 예측 정확도가 높은 인구 전망을 기반으로 각 산업의 흐름을 짚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분석으로 보인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