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여행, 끌림과 스밈의 연속
권태를 느끼는 것은 열정의 대상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에 변화가 생겨서다.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눈이 흐려진 것이다. 여행은 권태를 해결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적어도 여행을 떠나며 권태를 느끼는 이는 없다.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신드바드의 나라 오만, 암벽 궁전인 페트라가 있는 요르단, 자연 풍광이 황홀한 노르웨이를 접하자 고요하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빛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며칠 다녀올게요》는 한국경제신문 여행전문기자가 세계 각처에서 취재한 경험을 특유의 인문학적 지식과 섬세한 감성, 따뜻한 언어로 풀어쓴 책이다.

로마시대 검투사를 키웠고 산타클로스의 고향이기도 한 터키의 풍광과 내력, 수령 3000년의 삼나무들이 자라는 일본 최남단 야쿠시마의 선사 문화, ‘어른의 맛’이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해준 각국 토속음식, 일본 이시카와현의 유서 깊은 양조장에서 만난 사케 명인과의 대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세계 7대 불가사의 불교사원의 경이로움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여행에서 느낀 울림을 간결하고 솔직하게 나누면서 묵직한 삶의 성찰도 일러준다. 어디로 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여행이란 바로 삶이자 인생 그 자체라고 전한다. 저자는 여행을 ‘끌림과 스밈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여행지의 풍경에 끌리고, 사람에 끌린다. 그 끌림을 삶에 성숙하게 스미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늘도 여행 짐을 꾸린다. (최병일 지음, 티핑포인트, 299쪽, 1만38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