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기를 만들던 동화산업은 1988년 5월 편의점 사업 진출을 위해 코리아세븐을 설립했다. 1년의 준비를 거쳐 1989년 5월6일, 한국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서울 방이동에 문을 열었다.

구멍가게들과 확연히 달랐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젊고 친절한 직원들…. 백화점에서나 판매하던 수입 과자와 식품들이 눈에 띄었다. 당시 편의점이 ‘고급 슈퍼’로 불린 까닭이다. “인근에 사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커피를 마시며 조찬 모임을 했던 곳”(손윤선 전 세븐일레븐 1호점 점장)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편의점은 가장 흔하고 손쉽게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국민 유통채널’로 성장했다. 1989년 7개에 불과하던 매장은 4만 개를 넘어섰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집에서 몇 미터만 걸어 나가면 편의점이 눈에 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에서 다양한 메뉴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택배는 물론 금융,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편의점 무한변신 30년… 전국 4만개 '유통 실핏줄'
◆올림픽과 외환위기가 키운 편의점

편의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글로벌화 바람이 불면서 국내에 도입됐다. 동화산업이 경제가 성장할수록 편의점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미국식 CVS(convenience store) 모델을 들여왔다.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그 출발이었다. 1990년 훼미리마트(현 CU)와 LG25(현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2010년 세븐일레븐에 합병)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1호 편의점이 생긴 지 4년 만인 1993년 편의점은 1000호점을 돌파했다. 편의점 선진국 일본보다 2년 빨랐다. 유통 1위 기업 롯데쇼핑이 1994년 코리아세븐을 인수하면서 편의점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

편의점은 ‘밝은 매장’ ‘24시간 영업’ ‘라면이나 김밥을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곳’ 등의 강점을 앞세워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정가를 고집한 탓에 초기엔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와 물류 혁신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인식도 조금씩 사라졌다.

1992년 편의점 30년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 삼각김밥이 등장했다. 세븐일레븐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의 일본식 삼각김밥 ‘오니기리’를 편의점으로 가져와 900원에 판매했다. 짜장면이 1000원이던 시절, 삼각김밥은 나름 비싼 먹거리였다.

세븐일레븐은 1999년 7월 자체 기술로 가격을 낮춘 700원짜리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을 내놓았다. 외환위기 이후 삼각김밥은 국민 편의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2년 한 해 팔린 삼각김밥만 1억 개가 넘었다. 식당에 앉아 따뜻한 밥과 국을 먹는 데 익숙했던 소비자들을 편의점 테이블로 끌어들인 것이다.

편의점은 대도시와 지방 소도시는 물론이고 고속도로와 지하철, 공항 등 전국 곳곳을 파고들었다. 2001년 3000개 수준이던 편의점은 2007년 1만 개, 2016년 3만 개를 넘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4만192개나 된다.

◆끝없는 변신과 진화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끝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단순 소매점이던 편의점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플랫폼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점포망과 다양한 자체브랜드(PB) 제품의 경쟁력은 유통시장에서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요즘 편의점 먹거리의 대세는 도시락과 커피다. 2013년 이후 삼각김밥으로부터 ‘대표 편의식’ 바통을 이어받은 도시락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다. CU ‘백종원 도시락’, 세븐일레븐 ‘11찬 도시락’, GS25 ‘고진많(고기진짜많구나) 도시락’ 등이 출시되며 편의점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공공요금 수납, 택배, ATM 수준이던 비식품 서비스도 CU의 카셰어링(쏘카의 공유자동차를 편의점에서 픽업), GS25의 신한카드 픽업, 세븐일레븐의 세탁 등으로 확장 중이다.

한 유통사 최고경영자(CEO)는 “편의점이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계속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은 편의점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