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암 투병 대신 여행 택한 90세 할머니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진짜 마술은 멋진 볼거리들을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 울퉁불퉁한 흙길을 따라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끌며 걷는 동안 일어났다. 어머니는 넘어질까 모든 근육을 긴장모드에 놓고 휠체어를 꽉 잡고 계셨다. “팀이 붙잡고 있으니 긴장 푸세요”라고 라미가 말한 뒤, 어머니는 양팔을 높이 펼쳐들었다. 얼굴에는 순수한 기쁨이 넘쳤다. 라미는 재빨리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머니가 온몸으로 우리에게 완벽한 신뢰를 보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삶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다른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 어머니는 그날 밤 숙소에서 나를 휠체어에 앉히고 밀어주셨다. 내가 종일 휠체어를 미느라 고생했으니 자신의 차례라는 것이었다.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90세에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노마 할머니를 모시고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가 1년간 함께 미국 전역을 여행한 기록이다. 노마 할머니가 삶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 겪은 경험을 아들 부부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아들 부부는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진정한 노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책은 노마의 마지막 여행길을 경쾌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 삶에 대한 긍정과 용기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노마 여사는 일기장에 투병 과정 대신 행복을 느꼈던 소소한 일화들을 빼곡히 적어놨다. 인생에 대해 “예스”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남긴다. (팀·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흐름출판, 352쪽, 1만4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