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소한 말에 나 혼자 끙끙대는 까닭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웃던 직장 동료가 내 앞에서는 차갑게 돌변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누구나 사소한 인간관계 때문에 감정이 흔들릴 때가 있다. 혼자 상처받고 미움받을까 마음을 졸이거나 말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24년 동안 7만7000건 이상 정신의학 상담을 해온 저자 오시마 노부요리는 이런 감정 불안이 상대방의 의미없는 말과 행동에서도 ‘저 사람은 분명 나를 보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라는 추측에서 나온다고 분석한다. 상대가 직접 말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주변에 대한 암시를 통해 환상을 만들고 이것을 직접 통제하려고 하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이 대단한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 흔들릴 때 간단히 어떤 주문을 외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정도다. ‘그래서 뭐?’라는 암시의 언어를 외는 순간 더 이상 상대의 마음을 간파하려 애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감정에 빠지기 전에 표정을 지어보라고도 조언한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슬픈 상황이라도 뇌가 세로토닌을 분비해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된다는 설명이다. 평범한 처방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여느 심리학 서적에서 보는 어려운 정신의학 용어나 심리학 용어는 싹 빠져 있다. ‘이거 언제 다 읽지’와 같은 사소한 부담조차 읽는 이에게 지우지 않는다. 그저 매 순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탈 때 내 얘기를 차분히 들어줄 ‘상담사’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힘이 있다. (우다혜 옮김, 한국경제신문·한경BP, 212쪽, 1만28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