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제는 흐름… 세계사에서 맥락을 읽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는 카리브해 인근 지역에서 사탕수수 농장 규모를 넓혀갔다. 사탕수수는 수확 후 가공에 많은 일손이 필요해 흑인 노예 무역이 늘었다. 흑인 노예는 서아프리카에서 카리브해로, 설탕은 카리브해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공급됐다. 다시 유럽에선 서아프리카로 수공업 제품과 일용품을 수출했다.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된 대서양 삼각무역의 구조다.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하룻밤에 읽은 세계사》의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가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경제사 신간을 냈다.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는 화폐 탄생부터 주식회사의 등장과 경제 패권의 이동, 금융위기와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51가지의 세계사 속 경제의 전환점을 돌아본다. 저자는 20년 넘게 세계사 교사로 일하고 교과서도 집필하면서 역사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책 중간 중간에 ‘경제를 읽는 포인트’라는 작은 박스를 만들어 국채 투자와 경제 버블의 기원, 뉴딜 정책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복잡해 보이는 경제사이기에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맥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과정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한 산업혁명에서 현대 생활의 기초 상품을 만든 2차 산업혁명, 인터넷 출현에 따른 3차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생활의 변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차례로 짚어준다.

세계 경제의 패권을 놓고 벌인 강대국들의 대결은 대항해 시대의 계기가 된 몽고제국부터 세계 무역업계의 절대 강자이던 네덜란드, 세계 최대 제국을 이뤘던 영국에서 미국으로 경제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까지 ‘어떻게’ ‘왜’를 곁들여 이해를 높인다. 책 도입부에는 경제 규모를 확대한 세계화, 경제 중심의 변천사, 서로 다른 경제권의 만남 등을 그래프와 세계 지도로도 그려 놨다. 역사와 함께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는 데 적합한 교양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