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연결' 과잉 속에서
연결 본능과 즐거움 동시 충족
1인 가구 시대 필연적 현상일지도
[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오픈채팅·모바일 퀴즈쇼… 연결 원하는 '혼족'들의 놀이터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기는 쉽지 않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뭔가를 같이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꼭 함께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하고 싶지 않다. 대면 여부는 중요치 않다.

올 상반기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선 그러나 정반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10~30대가 오픈 채팅방, 모바일 퀴즈쇼에 푹 빠졌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은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돼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 취미 등에 대한 여러 채팅방 중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하고 익명으로 많은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수백 명부터 다섯 명 이내의 소규모 방까지 다양하다. 말 없이 사진만으로 채팅하기도 하고 짧고 가벼운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2015년 8월 시작됐을 때만 해도 반응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모여든 사람의 12배나 많은 사람이 몰려 다양한 채팅방을 만들고 있다.

모바일 퀴즈쇼 ‘페이큐’.

모바일 퀴즈쇼 ‘페이큐’.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잼라이브’, 벤처기업 NBT의 ‘더퀴즈라이브’,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큐’와 같은 모바일 퀴즈쇼엔 매회 평균 11만 명에 달하는 접속자들이 함께한다. 정해진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10~12개의 문제를 빠른 시간에 풀어낸다. 대개 점심시간에 ‘혼밥’하면서 즐기거나 동료 몇 명과 함께 참가한다. 다 맞히면 우승자 전원이 소액의 상금도 나눈다.

최근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연결의 확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기존 메신저 속 일반 대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연결이다. 메신저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에 한정됐다. 특정 인플루언서(포털이나 SNS에서 영향을 많이 끼치는 사람)가 아닌 이상 SNS도 주변 지인과의 연결 수단 정도로만 활용됐다. 그런데 이젠 불특정 다수와 함께 어울려 재미와 기쁨을 즐기는 연결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공략하는 콘텐츠도 적극 개발되고 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의 연결은 기존 트렌드를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 먼저 불었던 ‘우치주 문화’가 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것과 특히 상충된다. 우치주(ウチ充)는 ‘집(ウチ)에 충실(充)하다’는 의미로 주로 집 안에 있는 걸 선호하는 나홀로족을 지칭한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오직 내게만 충실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보여준다.

이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과도 맞물려 있지만, ‘강요된 연결’에 갈수록 지친 영향이 크다. 스마트폰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되며 편리함은 커졌다. 하지만 이 연결의 대부분이 강제성을 띠고 있다. 직장 내 단체채팅방, 상사와의 1 대 1 대화, 고객사 관계자들과의 대화 등에 하루 종일 노출돼 있다. ‘지긋지긋하다’ 싶을 정도의 연결 과잉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단절을 꿈꿔 보기도 하지만 일시적인 감정에 그칠 때가 많다. 실현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람에겐 연결에 대한 기본적인 본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바라봤는데 메신저나 SNS에 아무런 연락도 와 있지 않으면 왠지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도 그렇다. 스마트폰을 습관처럼 확인하는 것도 이런 본능 때문이 아닐까.

오픈 채팅과 모바일 퀴즈쇼 인기는 기본적인 연결 본능을 충족하는 동시에 강요가 없는 순수한 연결을 원하는 심리와 맞닿아 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주제로 즐거움과 유쾌함을 나눌 수 있는 관계. 이는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지만 모바일 세상에선 조금씩 가능해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사람은 어떻게든 고독을 해소하려 하며, 이 욕구와 욕구를 서로 연결만 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연결의 확장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는 ‘혼족 시대’에 필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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