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환자와 깊게 소통해야 최고의 의사
소프라노 A씨는 무대에서 빼어난 가창력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그의 신비로운 목소리에 객석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공연이 끝나고 2주가 흐른 뒤 A씨는 기침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검사해보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음은 고사하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기관지 안에 가래가 가득했고 점막은 퉁퉁 부어 있었다. 비유하자면 100m 달리기를 한 뒤 숨이 턱 막혀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몸으로 훌륭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스스로의 한계를 얼마나 넘었을까. 그의 치열한 프로 정신에 숙연해졌다.

《쉼 쉴 때마다 네가 필요해》는 고운숨결내과 원장이 20여 년간 의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담아낸 책이다. 2009년부터 10년간 ‘네이버 지식in’ 호흡기 상담 글 2만7000여 건을 수록해 ‘네이버 지식in 전당’에 등재된 저자는 최고의 의사란 환자의 아픈 증상에 대해 뼈저리게 고민하는 의사라고 강조한다. 그의 병원이 고속 성장한 비결도 언제나 환자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소통해온 덕분이다.

저자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함께 각종 호흡기 질환을 소개한다. 환자, 직원들과 겪은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펼쳐놓는다. 각종 의료제도 현안에 대한 자신의 시각도 제시한다. 가령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과잉진료를 없애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 조기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충고한다. (진성림 지음, 지식과 감성, 316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