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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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은 건강을 해치지만 소량의 술은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촉진한다. 방사선 피폭은 백혈병이나 갑상샘암 등을 유발하지만 많은 암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을 쐰다.

독일 진화생물학자인 리하르트 프리베는 《호르메시스, 때로는 약이 되는 독의 비밀》에서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 것’들이 인체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특히 저자가 집중하는 건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졌지만 용량에 따라 오히려 이롭게 작용하는 물질이다.

백해무익한 독성물질이라고 알려진 니코틴마저 인체에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애연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이미 흡연에 많이 노출된 심장은 심근경색 손상을 심하게 받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화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활성산소 또한 체내 근육 복구에 도움이 된다.

[책마을] '백해무익' 하다는 니코틴, 심근경색에 도움된다고?
인간은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37도 체온 유지에 쓰는 온혈동물이지만 더운 찜질 못지않게 찬물 샤워도 건강에 좋다. 갑자기 찬물에 노출되는 행위 자체가 좋은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신체에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주면 인체의 체온 적응능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몸에 나쁘다고 알려진 것이 100% 해로운 작용만 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신체가 과하지 않은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독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위스 의학자 파라셀수스가 “용량이 독을 만든다”는 말을 남긴 것처럼, 어떤 물질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물질 자체가 아니라 ‘양’에 달려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약화된 병원균을 주입해 면역 기능을 개선하는 예방주사 원리처럼, 인체에 가해지는 적절한 자극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가피하게 주어지는 작은 자극들에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몸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명확히 가르기보다는 ‘적절한 용량과 정도’를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무조건 몸에 좋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는 얘기다. 셀 수 없는 식품첨가물, 미세먼지, 방사능, 일상의 스트레스 등 유해 물질에 노출돼 건강을 염려하는 현대인들이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344쪽, 1만7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