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좋은 기획엔 '적당한 타협'이 없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 노선을 선택하고 회식 장소와 메뉴를 결정하는 과정. 연인과 데이트하거나 친구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것. 잘못을 사과하고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행위. 이런 우리의 일상 자체가 모두 기획의 연속이다. 어디로 가고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진심을 담을지 기획해야 한다.

경영컨설팅 회사 대표인 저자는 신간 《기획자의 습관》에서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 자체가 바로 기획이라고 정의한다. 기획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과 ‘될까’라는 효과의 문제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현대건설 구찌 등 국내외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인테리어, 마케팅 등을 컨설팅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에 밴 습관을 풀어놓는다.

크게 생활, 공부, 생각으로 나눠 기획자의 습관을 구분했다. 생활 습관은 관찰과 정리로 대표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변화의 지점을 파악해 내는 것이 관찰력이다. 나를 향하는 구심적 관찰과 외부 환경에 대한 원심적 관찰이 팽팽하게 균형을 맞춰야 기획력이 안정적인 궤적을 그려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찰을 통해 얻은 내용을 정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메일 관리법과 파일 이름 작성법 등 효율적인 정리법도 유용하다. 현장에서 접한 다양한 사례와 적절한 인용구, 짧고 명료한 문장이 어우러져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공부의 습관에서는 독서뿐 아니라 대화, 표현의 학습법을, 생각의 습관에서는 발상의 힘과 의미 분석력을 파고든다. 생각의 부지런함을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육체 노동시간이 아니라 생각의 멈춤을 기준으로 게으름을 판단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저자는 “기획을 할 때 스스로 경계하는 것은 ‘적당한 타협’”이라며 “게으름은 새로운 관점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직업적으로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 ‘어떻게 하면 되지’를 궁리한다. 기획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더 멋진 기획자들이 필요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