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엔 'T자형 리더'가 대세
‘뷰카(VUCA)’란 단어가 있다.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영어 머리글자를 조합한 말이다. 지난 30년간 예측하기 어려워진 시대를 설명하는 데 종종 사용된다. 《미래조직 4.0》의 저자는 이 단어가 4차 산업혁명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같은 산업혁명을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반대의 개념이다. 민첩성이나 단순함, 호기심과 같은 키워드다.

《미래조직 4.0》은 이 같은 키워드로 조직을 설명하는 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조직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왜 4.0 인가’에 대한 저자의 논리는 나름 설득력이 있다.

1차 산업혁명 시대에 나온 현대적 조직은 100년 정도 역사가 있다. 저자는 포드자동차가 도입한 컨베이어 조직이나 테일러시스템 조직을 조직 1.0으로 간주한다. 개인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최고로 치는 조직이다. 조직이 더 성장해 전략 재무 마케팅 인사 등 기능 조직의 세분화가 이뤄지면 시스템화가 중요하다. 이를 조직 2.0이라 불렀다. 조직 3.0은 글로벌 조직이다. 글로벌화가 이뤄져 세계적으로 성장하려면 해외시장 개척 및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관심을 둬야 한다. 조직 4.0은 디지털 사회에 기반한 유연성과 민첩성이 비즈니스의 융복합에 적응하는 조직이다. 여기서는 디지털 기량에 기반한 수평적 조직문화가 강조된다. 또한 경쟁보다 위험이나 모험 감수를 통한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가 중시된다.

저자는 조직의 자체 역량과 인재, 조직문화와 리더십으로 나눠 디지털 조직의 특성을 분석한다. 유니콘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신생 벤처기업)이 강조하는 건 조직의 민첩성이다. 아마존의 생명은 결국 배송 속도였다.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기존 대기업이 시장을 빼앗으려 달려들지 모르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인재의 학습능력도 조직 4.0에선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학습의 민첩성을 강조한다. 이는 처음 겪는 새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렇게 배운 것을 성과 창출에 적용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조직 4.0에 맞는 리더십을 요구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는 한마디로 ‘T자형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파벳 T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의미하는 세로선과 여러 분야의 소양을 의미하는 가로선으로 이뤄져 있다. 자기 주특기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다른 여러 분야에도 관심과 이해도, 네트워크 등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 책에선 끝으로 전통적 리더들이 버려야 할 세 가지 생각을 든다. 첫째,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권위주의적 사고 유형으로는 미래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둘째, 부하직원을 믿지 못하는 유형이다. 부하의 역량이 부족해 보이고 못 미더워 일을 위임하지 못하는 경우다. 조직 안에 상하가 뚜렷해야 한다는 것도 고답적인 생각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