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맞은 작가 인큐베이터 '오펜(O'PEN)' 가보니…

신하은·김동경 등 신인 작품
스튜디오드래곤 등에 공급
영화 제작자에게 PT 하기도

200억 규모 CJ E&M 사회공헌
1기 35명 이어 2기 모집
지원자 20% 늘어나며 인기
지난 1월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제작자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오펜 작가들의 시나리오 피칭 장면. 오른쪽 위는 오펜 센터 내 작가 작업실 모습. CJ E&M 제공

지난 1월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제작자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오펜 작가들의 시나리오 피칭 장면. 오른쪽 위는 오펜 센터 내 작가 작업실 모습. CJ E&M 제공

서울 상암동 DDMC(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17층의 600여㎡ 규모 사무실. 흘려 보면 평범하지만 구석구석 살피면 뭔가 남다른 곳이다. 칸막이로 작게 구획된 방들이 그득하다. 작업용 데스크와 편히 누울 수 있는 침대가 갖춰진 집필실이 19개, 회의실도 12개나 된다. 가운데 로비에는 언제든 수다를 떨 수 있는 테이블과 함께 커피, 간식이 마련돼 있다. 드라마, 영화 분야 신인 작가들의 산실이 되는 CJ E&M의 작가 육성센터 ‘오펜(O’PEN)’이다.

◆입소문 나며 2기 경쟁률 20%↑

지난해 4월 문을 연 오펜 센터는 CJ E&M이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2020년까지 4년간 200억원을 투입한다. 지원 작가들이 쏟아낸 작품을 제작사와 방송사에 소개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글 쓰는 공간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중들에게 미니시리즈 등 자신의 작품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작가로 데뷔할 때까지 돕고 또 돕는다. 아이디어 개발과 집필에 필요한 각종 취재활동을 지원한다.

김지일 오펜 센터장은 “테크닉만 뛰어난 게 아니라 멋진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작가들이 세상에서 보고 느낀 감동, 분노, 판타지 모두를 녹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작가가 되는 길은 험난하다. 드라마 작가 등이 되기 위해 보통 2년여에 걸쳐 교육원을 다닌다. 이후엔 교육이 뚝 끊긴다. 작가들끼리 스터디를 하며 합평하는 정도다. 돈을 벌기 위해선 보조 작가 일을 병행해야 해 자신만의 글쓰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단막극 공모전에 당선됐다 해도 단막극 방영 이후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런 작가 지망생만 국내에 3500여 명에 이른다.

오펜 1기 35명(드라마 20명, 영화 15명)에 대해 1년간의 공식적인 교육 과정은 끝났지만 본격 데뷔할 때까지 계속 지원한다. 이런 시스템이 입소문이 나면서 2기 지원자도 1기보다 20% 더 늘었다. 김 센터장은 “초반엔 작가들이 ‘왜 우리한테 이런 공간과 교육을 제공하는 거냐’는 반응이었고 제작사나 방송사에선 ‘작가를 정말 연결해 주는 거냐’고 했다”며 “1년 동안 좋은 콘텐츠 토양을 만들려는 진심이 전달돼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집필 계약 등 성과 잇따라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1기 드라마 작가 10명의 작품을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tvN ‘드라마 스테이지’에서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신하은 김동경 등 4명의 작가는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삼화네트웍스, 로고스필름, 도레미엔터테인먼트와 미니 시리즈 집필 계약을 맺고 본격 작가로 데뷔했다.

멘토링, 취재 지원 등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의 효과가 컸다. ‘드라마 스테이지’에서 ‘소풍 가는 날’로 화제를 모았던 1기 출신인 이정민 드라마 작가는 “tvN 드라마 ‘라이브’를 연출하는 김규태 PD가 멘토를 맡아줬는데 매주 만나 얘기하며 PD들이 어떤 작품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경찰 관련 작품을 쓰면서 오펜 스태프들에게 말씀드리니 경찰서 취재를 연결해줬다”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6월 선발하는 2기 작가들에게는 더 체계적이고 보완된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8부, 12부 드라마부터 세분화된 장르물까지 작가들이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시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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