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할아버지도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어요. 오늘 일어난 일이 100년, 1000년의 평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미국 인기 록밴드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리더 겸 보컬인 라이언 테더가 지난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연 도중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CNN을 켜자마자 오늘 남한과 북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봤다. 굉장했다”며 “오늘 우리가 한국에 있는 게 정말 신기하다”며 이날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했다. 이어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1948년부터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6·25전쟁 뒤에는 비무장지대(DMZ) 후방을 지켰다”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할아버지에겐 한국이 생전 방문해본 유일한 외국이었다”며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런 날 우리가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도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원리퍼블릭은 일반적인 록 밴드와 달리 피아노와 첼로를 활용한 서정적 멜로디, 호소력 큰 보컬로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밴드다. 데뷔 11년 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테더는 “한국에 오기까지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다. 오랫동안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내년 새 앨범이 나오면 반드시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1시간 40분간 펼쳐진 공연에서 이들은 데뷔곡인 ‘Apologize’를 비롯해 대표곡인 ‘Secrets’, ‘Good Life’ 등을 부르며 한국 팬들과 소통했다. 한국 배경, 한국계 배우, 한국어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로 잘 알려진 4집 수록곡 ‘Wherever I go’도 이날 불렀다. 지난 20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DJ 아비치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대표곡인 ‘WAKE ME UP’도 깜짝 선곡했다.

테더는 지난 1월 자신의 팔뚝에 일본 욱일승천기 문신을 새긴 사실로 논란이 일자 이날 공연에서 문제의 문신을 덧칠해 가리고 나왔다. 노래를 부르는 틈틈이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좋아요”, “대박”, “예쁘다”라고 답하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중간 중간 객석에 내려가 팬들과 손잡은채 노래를 불렀고 노래 말미엔 여러차례 “코리아”를 외쳤다. 테더는 “오늘 밤은 우리가 했던 콘서트 중 가장 대단하고 멋진 공연이었다”며 “(한국 국민) 모두에게 행운과 은총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