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분청사기 사상 최고가 33억원에 팔렸다
일본인이 소장한 조선 초기에 재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편호’(사진)가 미국 경매에서 분청사기 사상 최고가인 33억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 코리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크리스티 뉴욕에서 열린 ‘일본과 한국 고미술’ 경매에서 이 도자기가 313만2500달러(수수료 포함·33억2500만원)에 낙찰됐다고 20일 발표했다.

1996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조선전기 국보전’에 출품된 이 도자기는 임진왜란 이전인 15~16세기에 제작됐다. 몸체 양면이 납작한 편병으로, 높이는 23.5cm다. 유영하는 물고기와 기하학무늬가 앞뒤에 새겨져 있어 도교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유명 컬렉터인 고토 신슈도가 소장하다가 이번 경매에 내놓았다. 치열한 경합 끝에 낮은 추정가(15만달러) 20배가 넘는 가격에 이 도자기를 사들인 사람은 아시아 지역 미술애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고미술 소장가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라면서 “임진왜란 이전에 만들어졌음에도 문양 등에서 현대적인 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에는 한국 미술품 32점이 나왔으며 이 중 75%가 낙찰됐다. 한국 작품 경매총액은 498만7625달러(52억968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분청사기는 고려 말 청자의 기형을 토대로 풍만하고 율동적인 형태로 변화됐다.16세기에는 무늬보다 백토분장이 주가 되어, 차츰 태토와 표면분장이 백자화되어 갔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제도상의 문제로 분청사기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소멸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